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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빈자리에 가을
나에게 가을은 광복절 다음 학교에 가는 아침이었다. 아침 공기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으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고, 등굣길 곳곳 시야에 들어오는 장면들로 가을이 오고 말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유명 관광지인 우리…
‘도망가자’에 관한 일이삼
1. 가끔 낯선 이와 코인노래방에 갈 때가 있다. 주로 하루가 끝날 무렵이고, 운을 띄우고 거의 30분 이내에 만남은 성사된다. 당근마켓에 동네 생활이라는 탭이 있는데 그 안에 있는 노래 부르기 소모임…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빈칸을 채우는 법
얼마 전 퇴사했다. 이로써 오랜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나는 프리랜서가 됐다. 당연히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나를 여기까지, 이 어려운 결단까지 몰고 온 건 ‘live for’라는 끈질긴 질문이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느리지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모든 직장인에게는 회사에서 막내라고 불리던 사회초년생 시절이 있다. 나의 과거 2~3년 차 시절, 지금 돌아보면 별 일 아니었는데 뭘 그렇게 혼자 고민하고 힘들어했는지. 그 당시엔 내가 모든 세상의 짐을 짊어진…
의무와 불안에서 미끄러지기
모질게 울려대는 7시 알람에 잠 같지도 않은 잠에서 끌려 나와 9시까지 회사 사무실 의자에 몸뚱이 무사히 옮겨놓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와 나를 간신히 씻기고 침대에 눕히기 전까지, 월급이 아깝지 않은…
사랑이라는 것을 믿는다네
유명 음반 레이블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임인 만큼 모두가 블루투스 스피커를 제어하는 누군가의 휴대전화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1절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계속 다른 노래가 나오자…
벌써, 그 말 대신에
고3 때였다. 아침 7시까지 학교에 가서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에 오면 자정이 넘었다. 일요일에도 학교에 갔으니, 열아홉의 내 삶은 학교와 혼연일체였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 졸음이 쏟아지면 선생님의 눈을 피해 삼십…
추억은 노래를 따라 윤회한다
2월은 졸업의 달이다. 요즘엔 학교의 일정에 따라 학기 종료와 더불어 일찌감치 졸업식을 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학교는 2월 졸업식을 고수하고 있는 듯하다. 사는 곳 인근에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이 있는데…
‘괜찮은 사람’ 비슷하게 살고 있다고
2008년 11월, 일 년 동안 준비한 교원 임용 시험을 보고 나오던 날의 쌀쌀했던 날씨를 기억한다. 1차 시험은 객관식이었기에 합격자 발표를 기다릴 것도 없이 탈락. 수험생 카페와 구직 사이트를 오가며 방황하던…
슬프지 않은 게 이상한 거라고
언젠가부터 한 해의 끝자락에 들어서면 꼭 하는 일이 있다. 쓸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한지 살핀 후, 핸드폰을 손에 쥐고, 편히 앉거나 눕는다. 그리곤 그해 1월 1일의 첫 사진부터 12월의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