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posts
어찌어찌 살아남을 것
공감 받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음악 ‘덕후’란 크게든 적게든 반사회적인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배경음악에 만족하지 않고, 음악을 들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말이다. 악행을 저지른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피부를…
「취향」이라는 이름의 혜성을 찾아
일본 음악을 즐겨 듣게 된 지도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다. 우연히 친구의 CDP를 통해 접한 생경한 세계가, 지금은 더할 나위 없는 친구로서 내 옆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입장에서 최근 들려오는 일본 음악에 대한 유례없는…
길을 떠나며 배워 온 것들
사람은 앉은 자리가 편하면 일어날 일이 잘 없지 않은가. 편한 자리가 어딜까 찾아 더듬거리며 헤매다 보니 바다까지 건넜다. 한국을 떠난 지 햇수로 10년. 설레고 즐거운 여정을 거쳐 옮긴 나라만 4개국.…
우리 그냥 다 같이 죽어버리면 멸망을 볼 일이 없겠지만
가끔은 구겨진 채로 잠드는 게 좋다. 반듯이 눕는 게 버거운 날이 있다. 비뚤어지지 않도록, 자꾸 긴장해서 온몸이 빳빳해지는 날. 그런 날이면 좁은 소파에 몸을 구겨 넣는다. 그래서 이제 좀 덜하게…
나에게는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다른 사람과 함께 듣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불편하다. 특히 달리는 차 안에서는 더더욱. 내 음악 취향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평가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분명 혼자 들을 땐 한음…
noel, don’t look back in anger
‘사람이 죽은 것을 본 날이었다’ 새로 나올 책의 첫 문장을 수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했다. 너무 자극적인 문장인가 싶었지만, 그 문장이 아니면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는 명확한 사실이었으니까. 이제라도 수정하겠다고…
부를 수 없는 노래
당신은 ‘꿈’을 뭐라 생각할까. 나에게 그것은 동경하지만 이루고 싶은 의지는 딱히 없는 대상이다. 끈질기게 품고 있는 것만으로 든든하고, 떠올리면 야릇해지는 비밀스러운 존재 같은. 겸연쩍지만 오랜 꿈을 고백하자면, 많은 사람 앞에서…
다시 시간을 보지 않게 해준 노래
3년여의 조연출 기간을 마치고 처음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았을 때, 나는 몹시 두려웠다. 내가 모든 걸 망쳐버릴까 봐. 소중한 선물을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린아이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