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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
평일 오후 설화 속의 연인
포스터 한 장으로도 이미 매혹되는 영화가 있다. 최근에는 <운디네>가 그랬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 뒤를 돌아보는 여자의 눈. 곧 폭풍 같은 감정의 격랑이 일어날 듯 보이는 그 눈을 마주치자마자 마음에는 깊은…
휠체어를 탄 라푼젤, 성을 탈출하다
클로이(키에라 앨런)에게 집은 더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엄마 다이앤(사라 폴슨) 때문이다. 요 근래 클로이는 엄마의 행동이 어딘가 의심스럽다고 생각했다. 몇 가지 물증 역시 확보했다. 그러면서 분명해진 감각은, 엄마가 나를 위험에…
밥으로 쌓은 정, 마음으로 맺은 인연
혼밥, 간편식의 시대다. 바쁘고 삭막하게 돌아가는 도시의 시간 안에서 요리의 과정은 종종 번거로운 것 취급당한다. 타인과 함께 하는 식사도 마찬가지다. 언택트 시대의 밥상 풍경은 더하다. 요즘엔 식사가 나누는 기쁨보다는 고독의…
놀이공원의 로미오과 줄리엣
사람을 단번에 무장해제시키는 공간이 있다. 놀이공원은 그중 하나다.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수많은 놀이기구, 사람들의 웃음과 비명과 음악이 뒤섞인 소리들, 커다란 탈것에 실려 춤추고 노래하는 캐릭터들의 퍼레이드 행렬…사람들의 즐거움을 지향하는 장소라는…
사소하고도 특별한 우리의 여름밤
모든 계절의 낮과 밤 풍경이 다르지만, 여름밤만큼은 좀 더 특별한 감흥을 느낀다. 시끌벅적하고 뜨거운 낮이 사라진 자리에 어둠이 찾아드는 소리와 모양은 근사하다. 밤이 급작스레 찾아오는 듯한 다른 계절과 달리 여름은…
너의 뒤에서 산다는 것
소년의 꿈은 소녀의 그림자가 되는 것이다. 옆에서 나란히 걷는 게 아니라 뒤에서 남몰래 따라 걷는 걸음. 소년은 세상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소녀의 작은 어깨와 등, 매일같이 흘린 눈물로 물기 가득한…
영원으로 남은 비극적 아름다움, 그리고 장국영
소년 데이는 버림받아 경극단에 왔다. 육손이로 태어나 배우가 되지 못한다는 말에, 어머니는 칼을 내려쳐 소년의 손가락 하나를 자른 뒤 매정하게 떠나버렸다. 그날로 경극단은 소년의 유일한 거처가 됐다. 사내로 태어났으나 무대에서…
무지개 너머 여전히 반짝이는 별을 보았네
직업적 이유로 그나마 남들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을 한다. 스타란 무엇인가. 무엇이 스타를 만들고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가. 모두가 동경하고 사랑하지만 동시에 모두가 미워하는 게…
정성껏 살면 복이 와요
마흔이 불혹의 나이라니. 요즘 같은 세상에는 이해불가한 말이다. 40대가 뿌리 깊은 소나무 같은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건, 아직 마흔이 되지 않은 나도 알겠다. 그럼 40대엔 뭘 어떻게 해야 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