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훈
– 미술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강훈의 2월

깊은 내면에 숨겨진 선보다는 모든 선을 넘어서는 거대한 악, 혹은 모든 악에 대항할 수 있는 오롯한 선, 같은 것을 떠올려보는 요즘이다. 말하자면 종교에 가까운 절대적인 것들. 물론 종교에 대한 생각은 아니다. 나에 대한 생각이며 당신에 대한생각이기도 하다. 절대와 절대가 만나 상대가 되어 서로 부딪힌다. 부딪히며, 부대끼며 어느덧 모호한 공생을 시작한다. 절대도 상대도 사라진 채로 한몸이 되어 뒤섞인다. 외부의 악과 외부의 선에 대해 점점 무뎌진다. 체념하거나 무심해진다.
짧은 기간 동안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죽음들은 그것에 대한 관념을 조금 다른 종류의 것으로 바꿔놓았다. 동정하기보다는인정하게 되고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진짜 내 것이 될 수 있음을 뜻했다. 죽이는 쪽과 죽임을 당하는 쪽 모두 내 것이 될 수있음을 의미했다. 선도 악도 실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개인의 역사가 쌓일수록 향이 깊어지는 사람이 있고 점점 더 썩은내가 심해지는 사람이 있다. 다행히도 대부분 향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오랜 시간과 여러 감정과 선과 악이 뒤섞인 향이 좋은 냄새를 지니고 있다면 아마도나는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여길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나이 어린 친구들보다는 역사를 쌓은 사람들에 대한 판단이 좀 더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정작 자신은 향이 나는지 썩어가고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이미 너무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꿈에서 막 깨어난 순간 꿈과 현실을 구분 못 하듯, 혹은 예전에 경험했던 사실이 꿈속의일이었는지 현실의 일이었는지 헷갈리듯 여러 허구들이 겹겹이 쌓인 속에서 오롯한 나를 구분해내고 발견하는 것은 어쩌면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진짜 나를 찾았다고 믿는다면 어쩌면 그것은 또 다른 허구를 만들어낸 것일지도. 이를테면 이런일이 있었다. 푼타아레나스의 박물관에서 싼싸를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한 이야기가 사실과 나의 허구가 뒤섞여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싼싸를 소재로 짧은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던 나는 내가지어낸 부분까지 모조리 사실로 믿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무척 혼란스러웠고 그것은 하나의 징표와 같은 사건이 되었다.
내가 너무 많아서 주변을 힘들게 했다. 혼자 지낸 며칠간은 풍경들조차 날 힘들어했다. 흘러든 이야기들은 나를 통해 다시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고 어쩌면 그것은 내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어떤 종류의 후회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울면서 그림을 그렸다. 아프면서도 어쩐지 나는 즐거워하는 듯했다. 한몸이 된 선과악이 기나긴 섹스 끝에 절정에 다다른, 그런 느낌이었다. (2014년 1월 23일의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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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콸
– I draw and I paint.

장콸의 2월

어쩐지 마음이 분주하다.
여유롭게 작업하려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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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
– “Don’t forget your beginner’s mind!”

전진우의 2월

…인간의 마음은 평면이 아니므로 끝이란 게 있을 수 없다. 욕망의 나열이 아닌 욕망의 공간이기 때문. 마치 구(球)체처럼. 그 욕망들은 모두 연결되어있고 끊임없이 돌고 돈다. 지구가 구체이기 때문에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듯이 말이다. 그 욕망의 구체의 내부로 들어가면 뭐가 보일까. 아마도 욕망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장력이 있을 것이다. 그 힘이 인간을 살게 하고 불행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고 허무하게 만드는 근원일 것이다. 욕망들은 언젠가는 시들어 소멸하고 장력은 새로운 욕망을 끌어들이고… <작가의 노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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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미
–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제시하는 사람

서원미의 2월

Broken head
동시 진행하는 두 번째 시리즈.

부서진 조각상은 마치 노인의 모습 같다.
매끄러운 표면이 깨지고 부식되어 겪어 온 긴 세월을 그 자체로서 보여준다. 표면에 담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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