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년 중 일기장에 무심코 2016 대신 2015를 썼다가 ‘5’에 두 줄을 긋고 ‘6’을 다시금 채워 넣는 일이 잦아지는 달이다. 아직은 낯선 새해. 그리고 결심한 온갖 다짐들. 그중에서도 ‘일기를 써야겠다’와 ‘책을 읽어야겠다’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실행에 옮기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정당한 방법으로 훔쳐볼 수 있는 일기장 한 권을 소개한다.

2015년 12월, 출판사 문학과지성사가 창사 40주년, 김현 25주기를 맞아 초판 발간 23년 만에 『행복한 책읽기: 김현 일기 1986-1989』 개정판을 펴냈다. 이 책은 문학평론가 김현이 1990년 마흔여덟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후 그의 381일 치(1985년 12월 30일 ~ 1989년 12월 12일까지) 일기를 엮어 만든 유고이다. 표지부터 본문 레이아웃까지 새롭게 단장한 개정판에는 그의 자필 서안을 비롯해 ‘인명 찾아보기’ 등이 추가로 담겼다.

김현의 일기는 ‘시작’이라기보다는 ‘끝’에 가깝다. 1989년 12월 12일, 마지막 일기는 “새벽에 형광등 밑에서 거울을 본다 수척하다 나는 놀란다”로 시작해 “결사적으로 소리 지른다 겨우 깨어난다 아, 살아있다”로 끝난다. 끝으로 나아갈수록 더욱 단단하고 섬세해지는 사유, 투명하지만 무겁고 세련된 문장, 특유의 날카로운 당대 비평이 일기라는 플랫폼의 타임라인에 촘촘하게 담겨있다. 여기에는 하루에 한 권을 읽을 정도로 엄청난 독서편력을 자랑하던 김현의 책 읽은 소감 이외에도 철학, 영화, 사회과학 등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방대한 횡단이 가득하다.

죽음을 예감한 문학가의 글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의 말들도 뒤섞여있다. 삶의 마지막이 선명하게 다가올수록 커지는 불안과 공포, 개인으로서의 욕망, 때로는 싱거운 툴툴거림을 마주할 때 지식인 김현 아닌 생활인 김현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행복한 책읽기: 김현 일기 1986-1989
지은이 김현
출간 정보 문학과지성사 / 201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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