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걱정해 주면 괜찮다고 해야지
누가 상처 건드려도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미치도록 아픈 뒤 무뎌진 내 맘
살갗은 검푸르게 퍼져있는
그리움이란 멍으로

보고 싶던 날들이 폭풍처럼 지나가면
견뎌온 그날 들에 길들여진 나
어느샌가 아프지 않아

그냥 살아갈만해 하루하루 가긴 가거든
이젠 충분히 마취된 것 같은
나의 이별 뒤 사는 얘기

누가 이별했다면 괜찮다고 해야지
무뎌진 그날까지 견디고 또 견디라고

미치도록 아픈 뒤 무뎌진 내 맘
살갗은 검푸르게 퍼져있는
그리움이란 멍으로

보고 싶던 날들이 폭풍처럼 지나가면
견뎌온 그날 들에 길들여진 나
어느샌가 아프지 않아

그냥 살아갈만해 하루하루 가긴 가거든
이젠 충분히 마취된 것 같은 나의 이별 견디기

가끔씩 풀려지는 그 어설픈 마취 기운
나를 한없이 깊은 그리움으로
그 지쳤던 서러움으로

너의 목소리 들려 나도 힘껏 불러보지만
이내 바로 깊은 밤
나를 재워줘
현실이라는 마취제로

2025 [월간 윤종신] Repair 5월호 ‘일년’은 이별 후에 더욱 깊어지는 상실감과 그리움을 담은 곡이다. 이별 1주기를 앞두고 여전히 그날들에 사로잡혀 있는 한 남자의 일상과 그 일상을 크고 작게 요동치게 만드는 감정을 그린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녀와의 추억을 가리키는 나날들, 심지어 가족과 친구들까지도 그녀를 그리워하는 나날들, 애써 지우고 멀어지려는 그 모든 노력이 오히려 그녀를 더욱더 생생하게 만드는 나날들. 화자에게 지난 일년은 그녀라는 흔적이 영영 지워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시간이고, 그녀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다. 원곡은 윤종신 5집 [우]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번 리페어 버전은 강화성의 편곡으로 완성되었다.

“이 곡은 30년 전에, 그러니까 제가 20대였기에 쓸 수 있었던 일종의 ‘동화’였어요.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한, 그 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한 동화요. 이 곡이 수록된 5집 앨범 [우]의 전체적 콘셉트이기도 했는데, 전반적으로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이야기라기보다는 극적이고 감정선이 선명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거든요. 그럴 법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항상 볼 수 있었던 그런 극적인 상황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그 당시에 90년대풍의 통속성에 깊이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드라마나 영화가 보여주었던 은근히 전형적인 스토리요. 요즘은 다시 쓰라고 해도 이런 느낌이 안 날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이 곡이 더욱 소중한 것 같아요. 그 시대에만 쓸 수 있었던, 시대의 정서와 분위기가 담겨 있는 청춘의 이야기니까요.”

윤종신은 이번 리페어를 준비하며 가사의 통속성이 발휘하는 힘을 느꼈다. 그렇게 특별하지도 특이하지도 않지만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현실과는 약간의 괴리가 있는 이야기. 분명하고 올곧은 감정으로 단숨에 듣는 사람들을 휘말리게 하는 이야기. 그 시절 우리 모두가 함께 즐겨보았던 드라마와 영화처럼 조금은 어리석고 조금은 무모하며 그래서 더더욱 낭만적이었던 이야기. 윤종신은 녹음 과정에서 이 곡 특유의 통속성과 전형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연출했다고 이야기한다. 처음 곡을 만들 때 가졌던 의도와 점점 선이 굵어지고 감정이 두터워진 지금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지도록 노력했다고.

“보통은 리페어할 때 현재의 정서를 고려해 원곡 가사를 조금씩 수정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대로 살렸어요. 다시 보니까 그 시절의 낭만이 살아 있는 게 재밌더라고요. 우리는 그때 이렇게 사랑했고 이렇게 이별했구나, 그때는 이렇게 살아갔고 또 이런 흐름 속에 있었구나 싶은 거죠. 다시 보면 유치한 구석도 있지만 확실히 통속적인 이야기가 주는 강렬한 힘이 있어요. 그때는 감정선이 또렷하고 진한 이야기가 유행이었고 시대정신이었던 거죠. 제가 그 시절의 통속성을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걸 이번 곡을 준비하면서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요즘 유튜브로 지나간 드라마를 다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30년 전 드라마를 보며 그때 그 시절에 잠시 빠져들듯이 이 노래를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5월호 이야기] “그때라서 쓸 수 있었던 윤종신의 찌질동화 #1.”
[Music]

Lyrics by 윤종신
Composed by 윤종신, 유희열
Arranged by 강화성

Piano by 강화성
Guitar by 문승찬
Keyboards by 강화성 신정은
Drum & Programming by 신정은

Recorded by 윤종신
Mixed by 김일호 (@지음스튜디오)
Mastered by 권남우(@821 Sound)

[MV]

프로덕션 구달스필름
촬영 장소하 조영래 이왕석 최송희 김형민
편집 장소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