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호 ‘노래’
노래, 얘기 내가 젤 잘하고 사랑하는 일이죠
꽤 오래됐네
노래 속엔 훨씬 더 솔직한 나
말보다 그대 앞엔 노래가 더 좋아요
음(音) 그 위에 얹히는 내 애길 들어줘
그 어떤 말들 보다 전하고 싶은 내 맘
내 진심은 다 거기에 거기에
난 점점 변해가지만 그때 내 모습이 남아 있는 곳
내가 지겨워도 멀리 떠나가도 영영 사라져도
내가 남길 건 단 몇 분의 이야기들 노래들
사랑 이별 그렇게 목놓아 부르던 내 노래를
좋아해 준 너
위로 눈물 나누면 나아졌지
외롭고 불안한 그 밤들이 힘겨울 때
음 그 위에 얹히는 내 애길 들어줘
그 어떤 말들 보다 전하고 싶은 내 맘
내 진심은 다 거기에 거기에
난 점점 변해가지만 그때 내 모습이 남아 있는 곳
내가 지겨워도 멀리 떠나가도 영영 사라져도
내가 남길 건 단 몇 분의 이야기들 노래들
다 될 것만 같던 어린 꿈들과 아팠던 내 어른 되기까지가
나 생긴 대로 다 스며 들어 있어 그 멜로디 멜로디 사이로
음 그 위에 이젠 남은 내 얘길 할게
겪었던 그 감정들 이제 끄덕여지고
더 늦기 전에 하고픈 고백들
난 점점 잊혀지지만 그때 그 모습이 남아 있는 곳
가끔 스치듯이 문득 떠오르면 내가 그리우면
잠깐 들어줘 단 몇 분의 이야기들 노래들 노래들
2024 [월간 윤종신] 10월호 ‘노래’는 노래를 향한 윤종신의 깊은 애정과 변치 않는 진심을 담은 곡이다. 90년대 초부터 노래로 자신의 희로애락을 표현해왔던 그에게 노래는 어떻게 정의되는지,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성장해온 그에게 노래는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이야기한다. 2022년 3월 [월간 윤종신]을 통해 발표한 ‘말’, 같은 해 10월에 발표한 ‘섬’과 궤를 같이 하는 작업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로서의 노래, 말보다 더 솔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로서의 노래를 노래로 표현했다. 어느덧 그에게 노래는 직업적 의미를 넘어서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자, 인생의 흐름과 변화, 여정이 모두 담겨 있는 아카이빙이 되었다. 노래가 곧 자기 자신인 사람의 이야기. ‘노래’는 현재의 윤종신을 가장 적확한 방식으로 들려준다.
“생각을 글로 옮길 때 더욱 유려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더욱 간결해지는 사람이 있는데요. 저는 후자 쪽인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여러 방향으로 시도를 해보았는데 꾸미기 위해 노력하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그게 더 화려해보일 수는 있을지언정 실제로 제 머릿속에 있는 그림과는 멀어지는 거죠.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적확한 단어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의 어휘력 안에서 제가 떠올린 생각에 가장 근접한 단어를 쓰는 거죠. 이러한 작업 방식 때문에 저는 다양한 글쓰기 장르 중에서도 유독 가사와 잘 맞는다고 느끼는데요. 가사는 이야기에 걸맞은 단어를 선택하고 또 축약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저는 저와 잘 어울리는 최적의 장르로 제 생각을 표현하고 있네요.”
윤종신은 한동안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스스로 정의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뿐더러 그렇게 정의하는 것이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자신의 가능성을 제약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일을 30년 넘게 해오다 보니 이제 그에게는 가능성보다는 전문성, 넓이보다는 깊이가 더 중요해졌고, 앞으로의 작업을 벼려나가기 위해서는 정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쯤에서 자신에게 노래는 무엇이고 이야기는 무엇인지, 또 자신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노래를 만든다는 것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 속에서 훗날 자신이 사라져도 남을 이 노래 속에 진심을 담아보고자 했다.
“가수, 뮤지션, 싱어송라이터, 작곡가, 작사가.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여러 말들이 있는데요. 요즘 저는 스스로를 ‘노래 이야기 작가’로 정의해보고 있어요. ‘음악’보다는 ‘노래’, ‘곡’보다는 ‘이야기’가 실제로 저의 작업과 더 밀접한 단어라고 느끼거든요. 그러고 보니 지난 30년간 저의 활동은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쪽으로 좁혀지는 과정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요. 수많은 가능성들을 경험하기 위해 확장되었다가 진정으로 내게 잘 맞는 자리에 안착하기 위해 축소되는 것 같달까요. 10년 전부터 그렇게 가지를 쳐나가는 작업이 시작된 것 같고 아마도 나이가 들을수록 더욱 좁혀지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내가 더 잘할 수 있고 더 즐길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싶고요. 저는 점점 좁혀지고 선명해지는 이 방향이 마음에 드네요.“
[10월호 이야기] “30년 후에도 단 몇 분만 시간 내줘요.”Lyrics by 윤종신
Composed by 윤종신 이근호
Arranged by 이근호 김건
String arranged & conducted by 김건
String by 융스트링
Piano by 이근호
Recording by 윤종신
Recording by 정기홍 (@서울스투디오)
Mixed by 김일호 (@지음스튜디오)
Mastered by 권남우(@821 Sound)
출연 윤종신
프로덕션 구달스필름
감독 장소하
프로듀서 김형민
조연출 조영래
촬영 이왕석 권우성
조명 이광용 이선우
편집 장소하
제작 월간윤종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