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예진 창문을 지우면 늦은 그대 서둘러 오네
그 하얀 입김도 아름다운 그대
미안해하는 표정이 얼어붙은 뺨 때문에
어색한 그 미소

그대 늦어버린 이유와
목도리를 푸는 손길도 긴 기다림의 사랑스러운 선물
온기를 찾은 얼굴은 이제야 나를 반기네
우리 오랜만이죠

추억들은 그댄 어떤 걸
아직도 간직하고 있나요 나에겐 소중했던 그대
이 계절의 그 모습이 너무 그리웠기에

다시 시작일 것만 같아서 여전히 그 미소여서
세월은 묻어있지만 날 부르는 그 모습은
아직도 설레어

찬 바람에 실려온 그대여
소복히 쌓인 눈길 들을 다시 함께 걸어봐요
저 반가운 가로등 속 우리의 길 따라서

호호 부는 찻잔 감싸는 그대 두 손 변치 않아서
시간은 그리 많은 걸 뺏지 않아
내 그리움 속 그대는 사라지지 않았기에
그 느낌을 알기에

다시 시작일 것만 같아서
여전히 그 미소여서 세월은 묻어있지만
날 부르는 그 모습은 아직도 설레어

찬바람에 실려온 그대여 소복히 쌓인 눈길들을
다시 함께 걸어봐요 저 반가운 가로등 속
우리의 길 따라서

2023 [월간 윤종신] Repair 12월호 ‘겨울 그녀를 만나다’는 세월 흐른 뒤의 재회가 품고 있는 복잡한 정서를 이야기하는 곡이다. 아직 이별 중인 사람들의 재회가 아닌 완전히 각자의 삶을 살아본 사람들의 재회. 회피와 상처로 얼룩진 재회가 아닌 긍정과 추억으로 가득한 재회. 삶의 경험이 웬만큼 쌓이고 연륜이 생겼기에 비로소 가능해진 형태의 만남을 그린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폴링 인 러브>, <러브 어페어>, <졸업>과 같은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중년이 되어서야 찾아온 뜻밖의 만남과 거기서 파생된 감정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들과 궤를 같이한다.

“사실 저는 재회는 상상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현실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거나 이루어지더라도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잖아요. 영화나 소설 같은 창작물에서 재회를 자주 그리는 건 아마도 그래서인 것 같고요. 실제로는 거의 안 일어나기 때문에 더더욱 아름답게 상상된달까요. 여러분도 이 노래를 듣는 동안 누군가와 재회하는 상상을 해보시면 좋겠어요. 그 누군가는 꼭 연인이 아니어도 돼요. 옛사람 가운데 나는 어떤 사람과 재회하고 싶은지, 만약 그 사람과 다시 만나면 어떤 기분일 것이며 만나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거죠. 이런 상상을 해보면서 예전 인연을 한 번씩 떠올려보는 것도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멋진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겨울 그녀를 만나다’는 윤종신이 생각하는 가장 겨울다운 노래이기도 하다. 원래는 새로운 겨울 노래를 써보려 했으나, 기존에 발표한 곡 가운데서도 알려지지 않은 겨울 노래가 참 많다는 것을 새삼스레 확인하고는 리페어를 결정했다. 이 곡은 윤종신 특유의 세밀하고 감각적인 장면 연출을 통해 겨울의 계절감을 생생하게 시각화한다. ‘뿌예진 창문’, ’하얀 입김’,’ 얼어붙은 뺨’, ‘목도리를 푸는 손길’, ‘소복히 쌓인 눈길’, ‘호호 부는 찻잔 감싸는 그대 두 손’ 등 겨울의 심상을 머금은 표현들이 분위기를 점점 고조하며 아련한 동시에 설레는 정서를 완성한다. 원곡은 김도향이 불렀다.

“이 곡은 2004년에 쓰고 그 다음해 발표되었는데요. 그때 저는 30대였고 이제 막 헤어진 젊은 연인들의 재회가 아닌, 오랜 시간이 흐르고 중년이 된 사람들의 재회는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반갑기도 하고 회한이 밀려오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을 마주하게 될 것 같았거든요. 재밌는 건 이제 제가 노래 속에서 상상했던 바로 그 중년이 되었다는 거예요. 어느덧 세월이 흘러서 직접 이 노래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된 것이지요. 중년이 되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노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저의 스펙트럼을 넓혀갈 수 있는 것 같아서 저는 저의 나이가 참 좋습니다.”

[12월호 이야기] “이 추위가 가버리면
더 희미해질 사람과 기억들.”

[Music]

Lyrics by 윤종신
Composed by 윤종신, 이근호
Arranged by 강화성

Drum & Programming 신정은
Piano 강화성
Keyboards 강화성, 신정은

Recorded by 윤종신
Mixed by 김일호(@지음스튜디오)
Mastered by 권남우(@821 Sound)

[MV]

출연 송철호 노수산나 윤종신
건반 강화성

프로덕션 구달스필름

감독 장소하
프로듀서 김형민
연출팀 이왕석 김도현 구교우

촬영감독 한상길
B촬영 송강석
촬영팀 신진용 김태욱 윤여유

조명 이광용(DOEX)
조명팀 박현준

편집 장소하

스타일리스트 오영주
헤어 이재영 정성민
메이크업 최송이

매니지먼트 차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