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호 ‘히카크’
눈꺼풀에 덧입혀진
한 사람, 얇은 막
감은 눈은 검지 않아서
색이 너무 많은 잠
그댄가요 잠시라도
머물다 가줄래?
아무 예고 없는 내 졸림 속에
르 히카크 히카크
알 수 없는 언어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은
그대라고 믿는 빛
손가락 사이 흘러내리는
그대
보고 싶다고 그립다고 말하려는데
내 입에선 또 히카크 히카크
애가 타는데
그대 끄덕이네 알아들었다고
히카크 하지 못한 말이 많아
보고 싶다고 그립다고 말하려는데
마비된 듯 또 히카크 히카크
애가 타는데
그대 끄덕이네 오래 머물지 못한다고
히카크 하지 못한 말이 많아
또 만날 순 없겠지만 내 마음은 알고 떠나요
고마워 그 날들 우리의 시간
어디든 또 아프지는 말아줘요
사랑했다고 내가 아는 모든 그대를
이제 와서야 히카크 히카크 깨닫는 소리
잠이 깨려 해요 또 언제 스미듯 날 찾으면
히카크 그땐 편한 얘기 해요
히카크 그땐 모습 보여줘요
2023 [월간 윤종신] 8월호 ‘히카크’는 선잠 속에서만 아주 잠깐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향한 그리움을 표현한 곡이다.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기에 더욱 혼란스럽고 이게 과연 꿈인가 싶을 만큼 생생하기에 더욱 어지러운 감정을 담았다. ‘히카크’는 윤종신이 직접 음과 뜻을 새로이 만든 ‘종신어(語)’로 ‘몹시 그리운 사람이 선잠 속에 나타날 때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복합적, 뜻 모를 잠꼬대 또는 헛소리’를 뜻한다. 겉으로 보기엔 감은 눈 같아도 그 안에서는 수많은 장면이 펼쳐지고 있듯이, 얼핏 듣기에는 아무 뜻 없는 말 같아도 그 속에 기입된 짙고 깊은 감정들, 특히나 다양한 형태와 색감, 소리로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그리움을 상상했다. 현실에서는 통용되지 않지만 꿈 속에서는 가능한 무의식의 언어를 노래로 길어보려는 시도. 윤종신이 작사, 작곡을, 강화성이 편곡을 맡았다.
“‘히카크’는 데모를 만들 때 ‘ㅋ’이나 ‘ㅌ’, ‘ㅍ’ 같은 격음이 발음하기 편하다 보니 일단 의미 없이 붙여놓은 말이었는데요. 이 말이 잠꼬대 중에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한번은 와이프가 제가 잠꼬대하는 모습이 웃겼는지 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준 적이 있는데, 저는 뜻이 있는 구체적인 말이 아니라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괴상한 말들만 웅얼거리더라고요. 꿈속에서는 분명히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뜻이 있는 말을 한 것 같은데 실제로 그게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그런 일을 몇 번 더 겪으니까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이런 말들이 나만의 언어는 아닐까. 우리가 배우고 습득한 규약으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의식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한 나의 진짜 말이 아닐까. ‘히카크’를 시작으로 앞으로 이런 ‘종신어’를 꾸준히 발굴, 수집해서 가사로 써보려고 합니다.
윤종신은 이번 곡 가사를 쓰는 동안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를 자주 떠올렸다. 영화 속에서 챕터가 바뀔 때마다 펼쳐졌던 기이하고 착란적인 색의 향연. 중간중간 화면에서 번뜩이는 섬광들과 색채들. 그는 꿈보다 더 기이하고 현실보다 더 생생했던 그 장면들이 빚어낸 감각과 순간순간은 또렷하지 않아도 전체가 드러났을 때 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그리움을 노래에 담아보고자 했고,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는 선잠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에코가 없는 드라이한 사운드로 공간감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한 해의 여름을 마무리하는 곡으로써 7월호 ‘모래’와는 또 다른 느낌의 ‘몽환 여름’을 완성했다.
“요즘 조사(弔事)를 많이 다니고 있기 때문일까요. 문득 나는 그리운, 그리울 사람 투성이구나 싶더라고요. 나는 그리운 사람이 더 많아지는, 그리움의 계절로 넘어갔구나, 볼 수 있는 사람보다 볼 수 없거나 보기 힘든 사람들이 더 많아졌구나 싶은 거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김없이 나이를 실감하게 되기도 하고요. 이제 정말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 만남이라는 건 아예 예측 불가일뿐더러 어쩌다 이뤄진다고 해도 아주 찰나이기에, 그리고 당장 손에 쥘 수 있을 것처럼 생생하면서도 동시에 흘러내리는 빛처럼 희미하기에 더욱 애틋해지는 것 같습니다.”
[8월호 이야기] “그리운 그리울 사람 투성이네.. 히카크”Lyrics by 윤종신
Composed by 윤종신
Arranged by 강화성
Drum & Programming 신정은
Piano & Keyboards 강화성
Guitar 문승찬
Bass 한가람
Whistle 전영세
Strings Arranged & Conducted by 김건
Strings 융스트링
Recorded by
윤종신, 김지현(@STUDIO89)
정기홍, 최다인(@Seoul Studio)
Mixed by 김일호(@지음스튜디오)
출연 정연웅, 박차현
프로덕션 구달스필름
감독 장소하
프로듀서 조영래
조감독 구교우
촬영감독 권석현
촬영팀 민병휘
편집 장소하
헤어&메이크업 강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