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호 ‘불멍’
터질 것 같던 내 머리 속
여기선 배고픈 나부터 우선은 챙길거야
난 이제야 숨을 쉬네
숨같은 숨을 쉬어보네
엉킨 내 생각 어쩌겠어
불 피워 볼까
뚫어져라 바라보면 자꾸 떠오르고
지나간 날들이 생각이나 요즘 난
잘 하고 있는 건지
겨우 한모금 퍼지는 취기
온도는 나를 더 다독이고 있어
잘 하고 있다고 그냥 난 나일 뿐이라고
타들어가는 땔감들 속에
무책임하게 내 걱정도 우겨 넣어
오늘 밤은 태워 버릴래 밤하늘로
꺼지지마 계속 타줘 애써 살리고픈
서글픈 재 만이 남은 그게 싫어서
마치 나인 것 같아서
두 모금 살짝 풀리는 마음
향기는 나를 더 위로 하고 있어
그럴 수 있다고 누구든 그랬을 거라고
타들어가는 기억들 중에
너와 나 유난히 남겨 놓고 싶지만
이제는 다 태워 버릴래 저 하늘로
다 타버릴 그 때까지 난 참 괜찮은 땔감이었길
“불멍을 하다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왜 우리는 불을 피우려는 걸까. 불에는 어떤 힘이 있기에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며 우리를 깊은 생각으로 인도하는 걸까. 짧게라도 자연으로 떠나는 게 정말이지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걸 느끼는 요즘인데요. 어쩌면 인간에게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회귀 본능이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평생을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자연이 낯선 사람도 자연으로 나가면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일부러 불을 피우거나 텐트에서 자는 불편을 감수하는 걸 보면 인간의 유전자 깊은 곳에 진화 이전의 원시적인 특성 같은 게 기입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고요.”
윤종신은 이번 곡의 출발점은 유튜브였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캠핑 영상들을 보게 되었는데, 능수능란한 솜씨로 텐트를 펼치고 물을 끓이고 불을 피우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어느새 캠핑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이게 실제로 해보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캠핑 유튜버들의 전문성과 낭만성 덕분에 자연스레 흥미가 커졌고, 장비 디테일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관심과 흥미를 경험으로 추동하는 영상 특유의 힘이었을까. 그는 실제로 얼마 뒤 캠핑을 떠났고, 캠핑에서의 시간은 이 곡의 가사적 모티브가 되어주었다.
“생각해보면 유튜브 영상들 때문에 제가 삶을 꾸려가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부터 티브이보다는 유튜브를 통해 필요한 영상을 검색해보고 있는데,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확실히 삶의 디테일이 바뀌는 것 같거든요. 검색 결과의 최소 단위가 텍스트가 아닌 영상이 되면서 일상은 물론이고 창작 작업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고요. 이번 노래를 만들면서 특히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아마도 캠핑 영상을 접하지 않았다면 이런 소재는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저는 매월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는데요. 제가 캠핑 영상에서 영감을 받았듯이 저의 뮤직비디오를 접하시는 분들이 거기에서 또 다른 창작적 아이디어를 얻으실 수 있다면 좋겠네요.(웃음)”
[8월호 이야기] “불은 왜 뭔가를 떠올리게 만드는가.”Music >
Lyrics by 윤종신
Composed by 윤종신, 이근호
Arranged by 조정치
Keyboard 송성경
Guitars & Ukulele 조정치
Bass 채희수
Drums 김범철
Percussion 조재범
Recorded by 윤종신, 이평욱(@드림팩토리), 김일호 김지현 서유덕(@STUDIO89)
Mixed by 김일호(@STUDIO89 / Assist. 서유덕)
Mastered by 권남우(@821 S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