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호 ‘말’
말하려 너에게 말하려
말하려다 그러다 만다
말이라는 게 너를 담을 수 있을까
언제나 뱉으면 후회였던
그렇게 바라만 보다가
내 마음이 말 하라 하네
머뭇거리다 그 웃는 모습이 좋아
그걸 멈추는 게 싫었기에
초라한 눈 인사만
넌 지금 그대로가 행복해
그래서 아름답잖아
내가 거기 끼어들면 우리 서로
어색해질 텐데
다신 내게 웃지 않을지도
말하려다 그 아꼈던 진심은
꼭 꺼내야만 빛나는 걸까
묻으면 저 깊이 아껴 둔다면
마냥 답답한 사람일까
나 이제는 내 말을 믿지 않아
애타서 조급한 그 고백들
지금처럼 이 설레는 날이
더 좋은 걸 알았어
어쩔 땐 조그만 내 입이
참 많은 걸 해낸 줄 알았지
끄덕이는 너
우쭐한 만족 다음엔
바뀌어진 기분들
무책임한 모순은
내 알 바 아닌 걸
우린 지금 이대로가 참 좋아
저 멀리서 들리는 너의 웃음소리도
그만큼의 거리라서 귀 기울여
이쯤에서 바라본 넌
참 아름다워 정말
말하려다 그 아꼈던 진심은
꼭 꺼내야만 빛나는 걸까
묻으면 저 깊이 아껴 둔다면
마냥 답답한 사람일까
나 이제는 내 말을 믿지 않아
애타서 조급한 그 고백들
지금처럼 이 설레는 날이
더 좋은 걸 알았어
지금을 나 혼자 알겠지
말하지 않은 소중한 너
“최근에 말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는데요. 우리 사회가 말을 함부로 하거나 번복하는 것에 점점 무감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자기가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말인데 뭐 어때?’라든가 ‘말이니까 할 수도 있지!’의 정서랄까요. 일단 마구 던져본 다음에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말들이 넘쳐나는 거죠. 요즘에는 영상이나 녹취가 있어 증거도 확실히 남는데, 어째서 우리는 점점 저지르듯 말하게 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말의 신속함이나 설득력, 휘발성 같은 것에 중독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말’에 대한 깊은 회의감은 윤종신이 지난 2020년 ‘이방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했다. 언제나 말하는 걸 좋아했던 그는 그즈음 방송에서 자신이 하는 말들에 거리감을 느끼는 일이 잦았고, 일상에서도 연신 물음표를 띄우게 됐다. 내가 하는 말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내가 하는 말에 나는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있는지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그는 말을 멈출 수도 삼갈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자신이 무의미한 말이나 성급한 말, 밀어붙이는 말을 양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저는 비교적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돌이켜보면 사실 말보다는 생각이나 행보가 저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제가 지나온 궤적과 그 가운데서 얻은 성과들은 대부분 말보다는 행보에서 비롯되었으니까요. 오히려 말은 저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후회를 안겨주었죠. 말이 중요한 소통 수단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제가 했던 말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저 답답하거나 조급했기에 한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안 하는 게 더 나았을 그런 말이요. 요즘 저는 말보다는 행보로 저의 이야기를 지속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이 곡은 그러한 저의 다짐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3월호 이야기]“생각, 기분, 느낌, 마음, 감정은
말로 옮겨지면서 오염되고 왜곡된다.”
Music >
Lyrics by 윤종신
Composed by 윤종신
Arranged by 조정치, 박인영
Guitars 조정치
Strings 융스트링
Strings Arranged & Conducted by 박인영
Recorded by 김일호, 김지현(@STUDIO89), 오성근(@Studio-T)
Mixed by 김일호(@STUDIO89)
Mastered by Mastered by 권남우(@821 Sound)
Music Video >
책수선 재영책수선
연출 최송희
연출부 지현주
PD 김형민
촬영 허민행
포커스 신진용
조명 이광용
편집 고태민
색보정 김정호
Gudals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