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이 가진 시간의 흔적을, 추억의 농도를, 파손의 형태를 꼼꼼히 관찰하고 그 모습들을 모은다.” 책 수선가 ‘재영 책수선’의 자기소개는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은 오래되고 망가진 책을 수선하는 ’재영 책수선’의 작업 일지이다. ‘재영 책수선’ 앞으로 도착한 책들과 수선을 의뢰하는 사람들의 기억, 그리고 이 책들이 재탄생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파손된 책 안에는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 접힌 모서리와 뜯긴 페이지, 오염된 글자 속에는 책을 마주한 사람들의 일상과 습관은 물론이고 책이 스스로 지나온 시간과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재영 책수선’은 각각의 책에 아로새겨진 추억에 걸맞는 최선의 보존 상태를 연구함으로써 시간의 압력으로부터 맞선다. 그리고 파손을 끌어안고 보듬는 방식의 새로운 사랑을 제안한다. 모든 게 0과 1로 치환되어 함부로 잊히거나 대체되는 세상 속에서 ‘재영 책수선’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실체적이고 유일하다. 그래서 귀하고 그래서 따뜻하다.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지은이 재영 책수선
출간정보 위즈덤하우스 / 2021-11-24

<파리 리뷰>는 1953년 창간한 미국의 문학 계간지로 작가들의 등용문이자 꿈의 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 작가의 경력이나 출신, 성별,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편집으로 유명하며 <타임>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문학잡지’라는 평을 받았을 정도로 문학의 정의를 새로이 갱신하는 문학 실험실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모든 빗방울들의 이름을 알았다⟫은 <파리 리뷰>가 엮은 단편집이다. <파리 리뷰>는 세계적인 작가들에게 지난 반세기 동안 발표된 단편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하나씩 고르게 했고, 그중 열 다섯 편을 뽑아 한자리에 모았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레이먼드 카버, 제임스 설터처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도 있지만, 데니스 존스, 조이 윌리엄스, 제인 볼스처럼 비영어권인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선 작가들의 작품도 많다. 앨리 스미스, 제프리 유제니디스, 리디아 데이비스 등 지금 가장 중요한 이름으로 손꼽히고 있는 작가들이 해제로 참여했으며, ‘좋은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에 가장 다채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대답하는 책이다.

⟪모든 빗방울들의 이름을 알았다⟫
지은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레이먼드 카버 외
엮은이 파리 리뷰
옮긴이 이주혜
출간정보 다른 / 202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