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 “어렸을 때부터 옛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2021 [월간 윤종신] Repair 2월호 ‘왠지 그럼 안될 것 같아’는 미스틱스토리 소속 가수 ‘미유’가 참여했다. 2019년 10월호 ‘내 타입’에 이은 두 번째 참여로 시티팝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또 다른 작업으로 이어졌다. 2014년 6월호에 발표되었던 동명의 곡이 미디엄 템포의 시티팝으로 리페어되었다. 윤종신과 미유가 그간의 활동과 이번 녹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로듀스 48>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다는 걸 알게 된 다음부터 한국 활동을 꿈꾸게 되었어요.”
윤종신(이하 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코로나 때문에 일본에 가는 게 어려울 거 같은데?
미유 잘 지내고 있어요. 일본에 못 간지 딱 1년 됐어요. 코로나 시작되고 계속 한국에 있었거든요.
윤 부모님은 건강하신가요? 일본에 확진자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미유 맞아요. 다행히 두 분 다 건강하세요. 친구들도 잘 지내고 있고요.
윤 미스틱에 들어오게 된 얘기부터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미유는 입사 스토리가 재밌는데 많이 안 알려져 있죠. 미유가 미스틱에 그냥 무작정 찾아왔다고 들었어요.
미유 맞아요. Mnet <프로듀스 48>에서 높은 등수까지 올라갔는데,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런데 한국에 어떤 회사가 있는지 잘 몰라서 인터넷으로 찾아봤죠. 그리고 미스틱을 알게 되었어요. 뭔가 탁 감이 왔어요.
윤 미스틱에요? 왜요?
미유 일단 윤종신 피디님이 한국에서 작사, 작곡으로 유명하시잖아요. 그리고 방송 활동도 열심히 하시고요. 여러 가지 일을 잘하시는 분이라는 걸 알고 회사에 대한 호감이 생겼고 여기 소속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윤 그냥 찾아와서 어떻게 했어요?
미유 아, 그때가 2019년 1월이었나 그랬을 거예요. 1층에 와서 벨을 눌렀는데, 그때가 퇴근 시간이어서 사람이 없었어요. 아, 안 되겠다 하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제 뒤에 당시 본부장님이 계셨던 거예요.
윤 미유를 알아봤어요?
미유 아니요, 알아본 건 아니고 ‘거기서 뭐 하세요?’ 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 제가 이력서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저는 이런 사람이고 이 회사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살펴보고 조만간 연락 드리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윤 일본 회사가 아니라 한국 회사를 택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미유 10대부터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었어요. 원래 10대 때부터 한국에 가는 걸 좋아했고요. 처음에는 아이돌을 꿈꾸기도 했는데, 제가 키가 작아서 한국에서는 활동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프로듀스 48>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다는 걸 알게 된 다음에 한국 활동 가능성을 본 거죠.
“어렸을 때부터 옛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윤 그동안 미유는 유튜브나 리슨 스테이지를 통해서 팬들과 만나왔었는데요. 2019년 10월에는 ‘월간 윤종신’에 ‘내 타입’이라는 노래로 참여하기도 했고요. 제가 2017년부터 시티팝을 했는데, 회사 안에서 시티팝을 소화할 수 있는 여성 가수를 찾다가 미유를 만났어요. 미유와 만나서 얘기를 해봤는데, 시티팝에 관심이 참 많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예전 일본 가수들을 미유가 다 알고요. 보통 미유가 시티팝에 관심이 많은 세대는 아니잖아요. 우리나라로 치면 이지연, 이은하, 혜은이 노래를 좋아하는 거거든요.
미유 네, 일본에 있는 또래 친구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요.
윤 언제부터 시티팝을 좋아했어요?
미유 제가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는데, 집에 노래방 반주가 나오는 마이크 같은 게 있었어요. 거기에 옛날 노래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8, 90년대 노래를 좋아하게 됐던 것 같아요.
윤 시티팝 가수 중에 누구를 좋아했어요?
미유 저는 나카모리 아키나를 제일 좋아해요.
윤 저는 다케유치 마리야를 좋아하거든요. 앗, 그리고 보니 미유와 마리야 씨가 성이 같네요. ‘다케우치’ 집안인가? (웃음) 그 성이 많아요?
미유 아, 아주 많지는 않은데. (웃음)
윤 지금은 유튜브에서 시티팝을 편하게 들을 수 있는데, 제가 어렸을 때는 일본 음악이 정식 수입이 안 될 때여서 힘들게 들었어요. 보통 ‘빽판’이라고 부르는, 카피판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때 야마시타 타츠로, 다케우치 마리야, 안전지대, 마츠다 세이코 등등의 80년대 JPOP을 들었죠. 좀 더 지나서는 마키하라 노리유키, 히라이 켄, 나카시마 미카 같은 가수들도 들었고요. 우리 나라 작곡가들이 80년대에도 JPOP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뮤지션끼리의 교류도 제법 있었는데, 그때는 그런 얘기를 할 수 없는 시대였어요. 그럼 요즘 미유 또래의 친구들은 어떤 노래를 좋아해요?
미유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아무래도 나이가 비슷한 또래를 응원하게 되는 거 같아요.
윤 미유가 레트로에 대한 관심이 많은 거 같아요.
미유 맞아요. 레트로도 좋아하고 구제도 좋아하고. 구제도 종종 사러가거든요.
윤 그래서인지 저는 대화를 하면서 미유가 오래된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미유 또래의 가수들과 얘기를 해보면 자신이 태어나기 전 음악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는 느낌은 들지 않거든요.
“표현력이 중요한 노래여서 한국어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윤 ‘내 타입’ 처음 듣고 어땠어요?
미유 솔직히 듣자마자 좋았어요. 저는 일본 사람이고 한국에서 활동을 하고 싶어하니까 저에게 딱 맞는 컨셉이다, 라고 생각했어요.
윤 ‘내 타입’은 80년대에 제가 즐겨 들었던 음악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했던 노래였거든요. 저는 댓글도 다 봤는데 미유 팬들도 시티팝에 관심 있는 분들도 되게 좋아해주시더라고요. 뮤비 조회수도 한국어 버전이 60만, 일본어 30만 정도 되고요.
미유 팬분들도 이 음악을 많이 좋아해주세요.
윤 2021년 월간 윤종신 2월호 ‘왠지 그럼 안될 것 같아’ 리페어에 다시 한번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이 곡은 원래 ‘켈리’라는 중국인 친구가 불렀거든요. 지금 중국에서 활동하는데, 잠시 미스틱에서 적을 뒀던 친구였죠. 이 곡 처음 듣고 어땠어요?
미유 ‘내 타입’은 리듬감도 있고 템포도 빠르고 가사도 직접적인데, 이 곡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윤 가사부터 다르죠. 사랑해선 안 될 사람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내용이니까요. 친구의 남자 친구라든가 선생님이라든가 짝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 상황을 그리거든요. 이런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안 된다는 거 아니까 알아서 마음을 접어야 하는 그런 상황.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정리가 되는 게 아니니까 힘들죠. 이번에도 미유가 일본어 버전으로 가사를 번역했어요. 지난 번보다 어려웠다고 들었는데?
미유 맞아요, 시간도 걸리고 고민도 많이 했어요.
윤 ‘내 타입’은 직역이었다면 이번에는 미유가 일본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번안을 했는데요. ‘왠지 그럼 안될 것 같아’를 그대로 직역하면 우리 나라 뉘앙스와는 좀 달라진다고 해서 제목도 바뀌었죠.
미유 네, ‘비밀의 마음 秘密の想い’ 입니다.
윤 저는 한국어 버전도 좋았지만 일본어 버전도 좋았어요. 엔지니어도 그렇고 저도 미유가 일본어로 부른 버전이 훨씬 편하게 들린다고 얘기했거든요. 발음 때문에 그런지 소리의 세기도 훨씬 좋고요. 이번에 참여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미유 아무래도 표현력이 중요한 노래여서 그런지 한국어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발음도 계속 연습했고요. ’내 타입’ 때보다는 훨씬 편해지긴 했는데 여전히 한국어 어려워요. (웃음)
윤 이 노래는 공교롭게도 오리지널 버전은 중국인, 리페어 버전은 일본인, 이렇게 외국인이 부른 노래가 됐어요. 처음 원곡을 작업했을 때는 영화 <파이란>을 많이 떠올렸거든요. 그 당시 ‘켈리’라는 친구가 친구도 하나 없이 혼자서 외롭게 한국 생활을 했는데, 장백지 배우가 연기했던 ‘파이란’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불러준 것 같아서 무척 좋았거든요. 발음이 어눌했지만 제가 그 느낌이 더 좋은 것 같아서 특별히 교정하지 않고 그대로 담았죠. 이번에 미유 버전은 일본인 가수에게서 감지되는 특유의 발성이 담겨서 좋은 거 같아요. 여러분들이 국적이 다른 두 가수가 이 곡을 어떻게 소화했는지 비교해서 들어봐주셔도 참 좋을 것 같고요. 타지에서 외로운 마음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감정이 스며들어 있는 노래 같아요. 언어가 다르다는 게 여러모로 벽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게 나올 수도 있는 기회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 참, 뮤직비디오 촬영도 했는데 분위기 어땠나요?
미유 이전에는 찍고 바로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필름 촬영이어서 바로 모니터링을 할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새로웠어요. 어떻게 나올지 불안한데,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웃음)
윤 마지막으로 올해 미유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미유 올해는 작사, 작곡에 매진해서 한국에서 노래를 내고 싶어요. 그걸 다시 번역해서 일본에서도 발표하고 일본과 한국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가수로 성장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