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최유월

Joshua가 운전석에서 말해주기를 그저께 밤에 게임에서 총을 쐈는데 그저께 밤에 윗집의 창문이 깨지고 노인이 창밖으로 떨어졌다 가족은 물론 배달부도 오가지 않는 5층 집으로부터 뒷마당으로 유리파편들과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 노인의 시신 옆에 서있던 형사들이 깨진 창문을 올려다볼 때 Joshua는 약에 맛이 간 사람들 앞에서 음악을 틀고 있었다. 코너를 도는 동안, 점심시간에 이상하게 번져 오르고 있는 코너를 도는 동안 빛이 덩어리 채로 부서지고 있는 한낮이 추상으로 뒤틀리고 있는 코너를 도는 동안 지금처럼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며 은행잎이 쌓인 차이나레스토랑의 코너를 도는 동안 새하얗게 눈앞으로 퍼져와 손 지문 더러운 차창에 비명자국을 뭍이던 햇빛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망한 클럽의 디제이 부스에 서서 Joshua는 음악을 틀고 있었다. 방금 코카인을 문질러 입술의 감각을 잃은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악 참 네. 우리엄 거보 틀겠아? 어릴 마랑 뮤지 지를 보러었는장에 마는 나를 자에 앉혀선 처 자랑 나가 좆같 이제 누구나 그들의 삶을 알게 된 탓에 더 이상 누구도 그들의 삶을 궁금해 하지 않는 형사들의 말에 따르면 그저께 밤에 윗집의 노인은 성냥을 들고서 창문 근처를 서성거리며 촛불을 껐다 켜고 다시 껐다 켜길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심장이 마비되고 넘어지고 창밖으로 떨어졌다. 모니터 안에서 이미 오랫동안 망원 구경으로 NPC의 머리통을 겨누다 마침내 게임패드의 버튼을 누르던 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Joshua가 말해주기를 결국 홀린 듯이 차를 대고 내려 차이나레스토랑으로 걸어 들어갔다. 방금 전 차 안에서 본 차이나레스토랑 입구의 숄, 손톱보다 작은 유리알들이 줄지어 세로로 길게 매달려있는 그 성스러운 숄을 빛나는 손으로 들추고서 들어가 테이블 두 개를 지나친 뒤 중앙의 자리에 앉았다. 깨끗한 벽지 가득 햇살이 징그럽게 꿈틀거리고 주방에서부터 백 살도 넘어 보이는 종업원이 Joshua를 향해 한 시간 동안 걸어왔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걷는다기보다 극히 미세한 걸음의 보폭으로 이동해온 종업원은 떨리는 손으로 주전자를 들어 올려 조슈아의 찻잔이 넘치도록 뜨거운 차를 따라줬다. 제자리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음악을 틀지 않아도 그들은 춤을 출 수 있고 공간이 없어도 그들은 춤을 출 수 있고 음악도 공간도 필요가 없다면 이들은 왜 여기에 와서 음악도 듣지 않고 제자리에서 혼자 몸을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인가. 휘청거리고 바스락거리는 온 면적으로 햇빛을 사방에 미끄러트리며 은행잎들이 떨어져 내리는 창가 쪽의 테이블에서 연인 한 쌍이 만두 하나를 젓가락으로 가르고 있었다. 마주 앉아 서로 하나씩의 손을 뻗어 그들 사이에 놓인 책 종이를 넘기며 한 권의 책을 함께 읽는 연인들의 두 얼굴이 유리창에 연속되며 코너를 넘어서고 있었다. 형사들은 미국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멕시코시티적으로. 주택융자금을 떠올리다 간헐적 우울증에 습격당하며 십 수 년 전 복싱 체육관에 다니던 일과 요즘 초저녁 거리에서 조깅하는 이들을 마주칠 때마다 들이 닥쳐오는 정체모를 패배감에 대해, 또 어쩌면 잠에 들지 못한 채 스무 시간을 날아와 빗물로 얼룩진 활주로로 착륙하던 싸구려 비행기에서 보았던 유도등의 울먹거림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그들만큼이나 오래된 차 안에서 파트너와 나란히 노인은 앉아있을 것이다. 카오디오에 언젠가, 지금보다도 매서웠던 겨울날 너무 추워서 들어간 백화점에서 녹음해두었던 카세트테이프를 넣고 창밖의 눈보라 같은 음질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면서 Joshua가 말해주기를 그저께 밤에 게임에서 창문 안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저께 밤에 창문에 Joshua의 얼굴이 비쳤다.

* [24분의 1]은 젊은 소설가 24인이 매월 한 명씩 참여하여 24시간을 채우는 짧은 픽션 코너입니다. 참여 소설가들에게 특정한 ‘시간’이 창작 소재로 주어집니다. 2019년 1월에 시작해 2020년 12월에 완성되는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