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호 ‘가까운 미래’
우리 이별도 있었네
누가 알았겠어 널 그리워할 날들이
내게 다가올 줄 너는 알고 있었니
불확실한 날엔 니가 있어
꼭 붙잡던 끈 같았던
가까운 미래 세상이 싹 다 망해 버렸으면 내심 바랬어
모두 슬프고 다들 외롭고 위로 따윈 없는
지난 날만 그리운 세상
다가올 날들을 다 그럴 듯 하게 말해
어떻게든 되겠지 어쨌든 넌 없겠지
이러다가 꾸역 꾸역 산다
배시시 실없는 적응
가까운 미래 세상이 싹 다 망해 버렸으면 내심 바랬어
모두 슬프고 다들 외롭고 위로 따윈 없는
지난 날만 그리운
가까운 미래 세상은 역시 모두 이겨내고 힘을 내겠지
나만 지겠지 어설프게 끼어 그 틈에 살아가
지난 날의 너만을 안고
2020 <월간 윤종신> 9월호 ‘가까운 미래’는 세상의 거대한 슬픔에 가려진 개인의 작은 슬픔을 들여다보는 곡이다. 코로나라는 대형 사건으로 인한 우울감과 좌절감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우리에게는 그와는 별개의 또 다른 절망이 있다. 세상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어떤 소소한 절망들. 매일매일 살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슬픔들. 윤종신은 이번 곡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작아보일 수 있어도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크게 다가오는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때로는 염세적으로 때로는 비관적으로 모습을 바꾸는 슬픔의 모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것이 음악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요즘에도 이별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많은 사람의 심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테고 어떤 연인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더 크게 흔들리겠죠. 코로나 때문에 일도 어렵고 생활도 힘들어지고 심리적으로 우울하니 연애가 제대로 될 리가 없죠. 하지만 이런 얘기는 어디에서도 꺼낼 수가 없는 분위기예요. 개개인의 작은 슬픔은 이 시국에 그저 우는 소리 정도로만 들릴 테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연 큰 슬픔만 슬픔인가. 내 슬픔은, 내 작은 슬픔은 슬픔이 아닌가. 정말 세상의 슬픔이 가장 개인적인 슬픔보다 중요한가.”
‘가까운 미래’는 패배주의와 비관주의로 정리되곤 하는 윤종신의 초창기 가사를 떠올리게 한다. 슬픔을 그저 슬픔으로 내버려 두려는 마음. 아니, 오히려 하염없이 안 될 거라고 체념하고 죽겠다고 푸념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더욱더 슬픔 쪽으로 끌어내리려는 마음. 윤종신은 이번 곡을 통해 슬픔을 대하는 다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냉소하고 회의함으로써 오히려 획득할 수 있는 희망과 에너지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다 괜찮아질 테니 힘을 내자는 어쭙지 않은 위로와 강압적인 격려를 지양하는 듯한 노래 속 화자의 태도는 ‘오르막길’의 그것과 닮았다.
“저는 슬플 때는 그냥 더 슬프자는 마인드예요. ‘슬픔의 이열치열’이라고나 할까요. 우리가 슬플 때 웃긴 영화보다는 슬픈 영화에 위로받고 신나는 노래보다는 슬픈 노래에 감동하는 것처럼 저는 슬플 때는 격려나 위로보다는 함께 우는 소리를 하거나 한탄을 하는 게 더 낫더라고요. 다운되었을 때는 그냥 다운되어 있는 것. 내 마음이 가려는 곳으로 한 번 따라가보는 것. 만약 그게 비관적인 방향이더라도 거부하지 않는 것. 저의 발라드를 일부러 찾아서 들어주시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제가 이야기하는 이 방법에 대해 잘 아시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슬픔을 견디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9월호 이야기]“힘들 땐 힘들고 슬플 땐 슬프자… 힘은 날 때 나겠지.. 맘 먹는다고 나지나.”
Music >
Lyrics by 윤종신
Composed by 정석원
Arranged by 정석원
Piano & Keyboards 정석원
Bass 최훈
Drums 신석철
Guitars 장호일
Strings Arrangement 김건
Strings 융스트링
Recorded by 오성근(@Studio-T), 이평욱(@Dream Factory Studio), 정재원(@STUDIO89)
Mixed by 김일호(@STUDIO89)
Mastered By Stuart Hawkes(@Metropolis Studio)
Music Video >
Directed by Gudals Kim
2 comments
항상 종신님의 노래를 찾아듣는 작디 작은 한 리스너입니다.
소개글의 마지막 문단이 가슴으로도 이해되었습니다.
아둥바둥 몸부림보단 슬픔의 이열치열.
종신님의 여러 노래들에 그렇게 위로와 감동을 받았고, 받고 있습니다.
드릴 수 있는 게 이 말 밖에 없어 정말 아쉽지만
종신님이 노래하심에, 많은 고민과 위로를 건네주심에.
그리고 살아가게 해주셔서
하릴없이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전남자친구가 윤종신님 광팬이라서 드라이브갈때면 매번 들었어요. 코로나가 시작될때 만났고 최근에 이별했는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노래가 나오네요. 인생을 100년이라 치면 겨우 인생의 0.7%를 함께한 남자친구가 윤종신님이라는 좋은선물을 남겨주고 간거 같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