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떠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가 남긴 것들이 있다는 뜻이고, 그가 남긴 것들이 있다는 건 그것을 치워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어째서인지 우리는 거기까지는 상상해보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죽음이 끝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떠난 사람이 남긴 것에 대해 생각하는 건 감당하지 어려운 슬픔과 마주하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쉽게 치울 수 없는 곳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의 이야기이자 그가 목도한 어떤 죽음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일상에서는 결코 눈에 띄지 않는 ‘특수청소부’라는 생경한 직업에 대한 이모저모는 물론, 영화나 소설을 뺨치는 충격적이고 비현실적인 죽음에 대한 사연을 만나볼 수 있다. 점점 고독하고 쓸쓸한 죽음이 만연해지고 있는 지금,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읽어내는 저자의 이야기가 특별하고 소중하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지은이 김완
출간정보 김영사 / 2020-5-30

2004년 타계한 루시아 벌린은 사후 1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재발견된 미국의 소설가이다. 스물네 살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일상의 이면을 바라보는 비틀린 시선과 독특한 유머로 주목을 받았으나, 70년대에 들어선 이후로 작품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실패한 결혼과 잦은 이사, 알코올 중독 등으로 촉발된 인생의 굴곡 때문이었다. 그녀는 네 아들이 모두 성장한 80년대 말 무렵부터 다시 창작을 시작할 수 있었고, 94년부터는 2000년까지는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내 인생은 열린 책⟫은 ⟪청소부 매뉴얼⟫에 이어 우리나라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루시아 벌린의 소설집이다.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만난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때로는 희극에 가깝고 때로는 비극에 가깝게 그려져 있다. 그녀는 평생 77편의 단편을 발표했는데, 슬픔과 기쁨, 고통과 행복이 뒤엉켜 있는 그녀의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의 삶이란 정확히 이런 모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글프지만 애틋한 삶의 아이러니가 담겨있다.

《내 인생은 열린 책》
지은이 루시아 벌린
출간정보 웅진지식하우스 / 20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