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언제나 어렵다. 내게 찾아든 감정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어렵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또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렵다. 수용의 측면뿐만 아니라 표현의 측면도 쉽지 않아서 우리는 우리가 느낀 감정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에도 능숙하지 못하다. 감정을 다루는 건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기에 그냥 그것을 안 보이게 덮어버리거나 모른 척 체념해버리는 게 우리의 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그러한 선택으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결과란… 결코 긍정적일 수는 없다.
최근 심리 치료나 정신 상담에 대한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아마도 많은 사람이 내 안의 감정을 마주하는 일에 곤란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는 미국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인 메리 파이퍼가 30여 년 동안 심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얻은 여러 통찰을 담은 책이다. 이제 막 출발한 젊은 심리치료사들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으로 쓰였으나, 좀처럼 감정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 우리에게도 무척이나 도움이 된다. 상담을 받거나 병원을 찾는 게 여의치 않다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지속적으로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 책을 펼쳐보자.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지은이 메리 파이퍼
출간정보 위고 / 2019-04-23

『나, 조선소 노동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마틴링게 프로젝트 건조 현장에서 발생한 크레인 충돌, 추락 사고를 목격하고 트라우마를 안은 노동자 아홉 명의 이야기를 담은 구술기록집이다. 마틴링게 프로젝트는 삼성중공업이 2012년 12월에 수주한 원유생산시설로 프랑스 에너지 회사 토탈에 인도될 예정이었다. 2017년 5월 1일에 발생한 이 사고는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타워크레인이 충돌하면서 벌어진 비극인데, 이로 인해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으며 수백명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이 책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계약’이나 ’기한’, ‘손해’ 같은 급박하고 중대한 말들에 가려져 있던 하청 노동자의 노동 환경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해가 지났지만 사고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삼성중공업 최고 경영진은 처벌받지 않았고, 중대 재해로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져 하청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었다. 저마다의 이유로 조선소로 들어와 일하게 된 노동자들의 삶은 물론이고 사람의 목숨보다 회사의 이윤이 더 중요한 지금 우리 사회를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얻기 위하여 우리는 언제까지 희생해야 할까.

『나, 조선소 노동자』
지은이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출간정보 코난북스 / 2019-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