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훈련소 수료식이자 우리 가족의 마지막 여행.

2016년 여름, 엄마와 영화 <우리들>을 봤다. 같이 극장에 가는 건 오랜만이라 엄마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영화 상영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태풍이 지나가고> 예고편을 보면서 엄마는 ‘저것도 재밌겠다. 개봉하면 보러 오자.’고 했다. 보기로 약속했던 영화가 개봉하고 며칠 뒤에 엄마는 돌아가셨다. 미루지 말았어야 했던 약속과 가볍게 흩어진 말들은 그 사람이 떠나면 마음속에 가라앉아 오랫동안 아프게 한다. 소중한 사람에게 쓰는 시간이 나중에, 언젠가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어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