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은 26년 차 피아노 조율사인 저자 조영권 씨의 ‘중식 노포 탐방기’이다. SBS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중식 마니아’로 소개될 만큼 조영권 씨의 중식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blog.naver.com/pianocl) 에는 수백 개의 중식집 리뷰가 업데이트되어 있기도 하다.

이 책에는 전국 곳곳 지역별 중국집의 짜장면, 짬뽕, 군만두 등등의 메뉴 소개, 반찬 소개는 물론 요리에 담긴 원리와 비법을 파헤치는 친절함과 꼼꼼함이 담겼다. 일을 마치고 동네의 오래된 중국집을 찾아 식사하는 소박함이 베테랑 피아노 조율사에게는 스스로 주는 보상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비록 장거리 출장이 수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유별난 취미 ‘중식 탐방’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곳도 마다하지 않고 길을 떠나는 사람이다. 저자의 삶이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중국집의 삶과 닮았듯 전문적이고 반복적인, 평생 한 가지 일만 해온 사람이 소개하는 40여 개의 오래된 가게의 이야기가 정겹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책 사이사이의 구조적이고 아름다운 피아노 조율에 대한 이야기가 새롭다. 피아노를 다루는 한국의 ‘고독한 미식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맛있는 책, 『중국집』을 들여다보자. 일러스트레이터 이윤희 작가가 그린 담백한 만화를 넘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정미)

『중국집』
지은이 조영권, 이윤희
출간정보 CABOOKS / 2018-10-10

『아침의 피아노』는 철학자이자 미학자였던 김진영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이다. 독일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의 철학과 미학을 공부한 그는 그동안 소설과 사진, 음악 등 여러 분야의 미적 현상을 다양한 이론으로 읽어내며 우리에게 날카롭고 깊은 통찰을 전해준 바 있다. <한겨레>, <현대시학> 등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해왔고, (사)철학아카데미를 비롯한 여러 인문학 기관에서 철학과 미학을 주제로 강의도 해왔으며,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7월 암 선고를 받았고 그로부터 13개월 뒤인 지난 2018년 8월 눈을 감았다.

『아침의 피아노』에는 저자가 암 선고를 받았던 2017년 7월부터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썼던 234편의 일기가 담겨있다. 얼핏 보면 암 선고 이후의 일상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짧은 – 짧을 수밖에 없는 – 투병 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자신과 세상을 사유하며 벼려둔 저자의 단단하고 깊은 문장들이 가득하다. 문학과 미학, 그리고 철학에 대한 애정은 물론 삶과 죽음, 그리고 기억과 사랑에 대한 성찰이 진하게 묻어나 있다. 그가 생전에 번역하고 강의하며 애정을 드러냈던 『애도일기』와 견주어도 결코 그 빛을 잃지 않는 저작이다. (김주성)

『아침의 피아노』
지은이 김진영
출간정보 한겨레출판사 / 2018-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