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
대학교를 졸업할 때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처음 타블렛을 샀다. 저렴한 제품이었지만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 타블렛으로 몇 년간 일을 해서 적게나마 수입이 생겼고, 이제는 내가 용돈을 드릴 수 있게 되었는데…… 엄마가 곁에 없다.
집에서 가까운 미혼모센터에 전화를 걸어 필요한 물품을 물어보고 바로 여름용 이불과 물티슈, 세제 등을 보냈다. 엄마에게 드리지 못한 용돈을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었다. 어쩌면 나보다 더 좋아할 것 같은 엄마의 웃는 얼굴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