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권이 책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투입되는지 알지 못한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우리의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누군가는 단연 저자이고, 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쉬이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은 저자가 책상 앞에 앉아 뭔가를 쓰는 데 열중하거나 머리를 쥐어 뜨는 모습이다. 아무리 취미가 독서이고 책이 인생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책을 만드는 사람’이 단순히 저자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꽤 많은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야지만 한 권의 책이 온전히 독자에게 가닿는다는 것을 제대로 아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출판하는 마음』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 10인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저자뿐만 아니라 편집자, 번역자, 북디자이너, 제작자, 마케터, 온라인 서점 MD, 서점 운영자, 1인 출판사 대표의 목소리를 담았다. 책의 맨 마지막 장 판권 면에 이름으로서 존재하는 사람들, 아니, 그곳에 이름이 실려 있지 않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그 책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노동으로서의 출판’을 이야기한다. ‘상품’으로 우리의 손에 쥐어지는 그 어떤 게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책 또한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이 서린 노동의 산물이고, 고로 그 안에는 활자화되지 않은 누군가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숨어 있다.

각기 다른 입장과 역할과 역사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심히 꺼내 담고 소중히 매만진 건 작가 은유다.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세상이 좋아진다는 믿음으로 그동안 다양한 자리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온 그녀는 『쓰기의 말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등 여러 권의 에세이와 산문집을 펴낸, 지금 가장 뜨거운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출판계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하고 싶은 사람들, 책으로 사유의 거래를 도모하는 작가들, 책이 삶을 구원한다고 믿는 독자들, 직업과 관계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 타인의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를 고민하는 이들, 같이 일하는 동료의 입장을 헤아리고 싶은 대인배들, 나쁜 마음으로 일하고 싶지 않은 선한 영혼들과 이 책을 나누고 싶다.” (김주성)

『출판하는 마음
지은이 은유
출간정보 제철소 / 2018-03-29

『부디 계속해주세요』는 한국과 일본에서 끊임없이 창작하고 활동하며 자신만의 궤도에 오른 열 명의 문화인들이 서로 나눈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2015년부터 3년간 진행한 ‘한일 차세대 문화 대담-함께 말하고 생각을 나누다’를 엮은 책으로,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문소리와 영화감독이자 소설가인 니시카와 미와가, 소설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김중혁과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트 디렉터인 요리후지 분페이가, 건축가 안기현과 건축가 고시마 유스케가, 소설가 정세랑과 소설가 아사이 료가, 사진작가 기슬기와 극작가 오카다 도시키가 분야별로 짝을 지어 우정을 쌓았다.

이 책에는 이들이 친구가 되는 발걸음, 서로에게 힘과 위안이 되는 관계 맺기의 호흡, 한국과 일본의 문화계에서 창작하며 먹고 사는 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제목인 “부디 계속해주세요”라는 다정하고 정중한 말에서 풍기는 기운처럼 각자의 실수에서 얻은 경험, 고민과 공감, 매체와 작업 방식과 철학, 상상력과 재미와 웃음을 곳곳에서 경쾌하고 진솔하게 엿볼 수 있다. 책에는 짝을 이룬 창작자들이 서로에게 쓴 편지도 함께 실려있는데, 어떤 이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 나의 마음을 살뜰하게 내보이는 일이자 지금의 시간과 공간을 나누는 일임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유정미)

『부디 계속해주세요』
지은이 문소리 외
출간정보 마음산책 / 2018-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