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_whenshe_201803
1977년 겨울, 눈 오던 날 엄마와 외삼촌

엄마의 핸드폰을 바로 해지할 수 없어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생각이 날 때마다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말풍선 옆 숫자 1은 계속 남아있고 답장을 받을 수도 없었지만, 타자를 치는 그 순간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음이 편안했다.
가끔은 스크롤을 올려가며 과거의 대화들을 읽는다. 엄마의 긴 말풍선과 다르게 귀찮고 무심했던 나의 간결한 대답. 난 착한 딸도 좋은 딸도 아니었던 것 같다.
핸드폰을 해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 목록에 엄마가 보여서 깜짝 놀랐다. 엄마가 쓰던 전화번호에 새로운 주인이 생긴 것이다. 그 순간 대화창에 존재하던 엄마는 ‘알 수 없음’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