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 『며느라기』
때로는 ‘전술’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인생 최대의 숙제라거나 사람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와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그 사람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럴까’를 끊임없이 후회하고 곱씹어보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갑자기 선을 훅 넘는 사람들에게 감정의 동요 없이 “금 밟으셨어요”하고 알려줄 방법’에 관한 에세이이다. 이 책에서는 출퇴근길에서, 회사에서, 일상 곳곳에서 만나는 무례한 사람 앞에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머뭇거리게 될 때 사람들이 자신을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이라고 오해할까 봐, ‘너 왜 이렇게 예민하니’ 같은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받은 쉽게 꺼내지 못했던 상처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분석한다. 또 이 모든 무례함이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 만연한 갑질 등 아직 바뀌지 않은 여러 문제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고 이를 단단히 넘길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1장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에는 당당하다는 표현이 불편한 이유, 자존감 낮은 애인과의 권태기, 후려치기에 대한 이야기를, 2장 ‘좋게좋게 넘어가지 않아야 좋은 세상이 온다’에는 낮은 자존감 때문에 생기는 마음의 변화를 예로 들어 ‘인정받기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담았다. 3장에서 5장까지는 여러 방법론을 이야기하는데 ‘자기표현의 근육을 키우는 법’, ‘부정적인 말에 압도당하지 않는 습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주제로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와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같은 말을 권하는데, 가까운 언젠가 이 대신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죠?”, “저 지금 너무 불쾌하네요”와 같은 명확하고 건조한 언어로 소통해도 아무런 불이익과 상처가 없기를, 그렇게 되기를 바라본다. 우리는 씩씩하게 실천하고, 단단하게 살아 나갈 것이다. (유정미)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지은이 정문정
출간정보 가나출판사 / 2018-01-08
<며느라기>는 갓 결혼한 여성 ’민사린’의 시점으로 시댁과의 관계에서 발견되는 갈등과 불합리를 이야기하는 웹툰이다. 기존의 웹툰 플랫폼이 아닌 작가의 개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재 중인 작품으로 기혼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는 평과 함께 많은 이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며느라기』는 작가가 2017년 5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연재한 분량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제목인 ‘며느라기’란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시기로 시댁 식구한테 예쁨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를 뜻한다. “보통 1, 2년이면 끝나는 이 시기가 사람에 따라서는 10년 넘게 지속되기도 하고 영영 끝나지 않는다고도 한다”는 작가의 부연은 이 땅에서 기혼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고통과 애환을 짐작하게 한다. 가족 이데올로기로 세워지고 성차별적 위계로 지탱되는 가정 안에서 며느리는 언제나 희생하고 감수해야 하는 역할을 맡는다. 시대가 변하고 인식이 달라졌다고 하나 시집살이는 또 다른 형태로 교묘하고 절묘하게 이뤄진다.
『며느라기』가 매회 펼쳐 보이는 에피소드란 그리 새로울 게 없다. 일상에서 혹은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들었던 이야기와 다름없고, 얼핏 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반복해 등장하는 장면 같기도 하다. 하지만 주인공 ‘민사린’의 침묵과 균열을 통해서 우리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우리에게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 결코 당연하고 익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정을 가정답게 유지하기 위해서 왜 누군가는 반드시 헌신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그 누군가란 왜 언제나 ‘며느리’로 대표되는 여성인 것인지 우리에게 묻는 작품이다. 2017 ‘오늘의 우리 만화’ 상을 받았다. (김주성)
『며느라기』
편집자 수신지
출간정보 귤프레스 / 2018-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