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키즈의 생애』 & 『커스터머』
『IMF 키즈의 생애』는 1997년 IMF 당시 10대의 나이로 공교육을 받고 있었던, 20년이 지난 2017년 현재 30대 성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곱 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삶을 기록 관찰한 책이다. <프레시안> 기자로 일했고 현재 저성장 시대 일본 사회와 지역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저자 안은별은 이 책에서 IMF라는 한국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온 시점을 전후로 삼아 이들 생애의 교집합을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정치, 문화예술, 자영업, 스타트업 등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일곱 개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신도시, 수도권과 지방, 특목고와 대안학교, 결혼·육아·임신·출산 혹은 비혼, 경제 호황과 불황, 취업난 등과 같은 키워드를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의 경험을 나의 경험과 동일시하게 되는 순간이 수도 없이 찾아온다. 개인의 삶과 경험이 한 시대 안에서 켜켜이 겹쳐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작가는 책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이 책이 누군가의 ‘안심’을 위해,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쓰인 것은 아니지만 이 환란의 시대를 통과하는 이들을 같은 공간으로 초대하고 시대 감각을 나누는 기능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각자의 특수한 삶의 이야기가 대화를 통해 상대화될 때 공기처럼 자연화되어버린 ‘구조’ 또한 매개적으로 사고될 수 있을 것이며, 어느 누구도 그 바깥에 서서 비판하거나 때려 부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무력함의 조건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스란히 전해지는 동시대의 불안을 쉬이 명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정리할 수 없지만, 비록 이 일곱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단편적인 세대론이라 할지라도,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음에 오늘은 좀 더 나은 우리 삶을 상상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유정미)
『IMF 키즈의 생애』
지은이 안은별
출간정보 코난북스 / 2017-11-27
『커스터머』는 ‘서울’이 더는 ‘서울’이 아니게 된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태양시’, ‘비취시’, 그리고 ‘모래시’로 나누어진 이 땅은 각 지역의 왕래가 금지되어 있을 만큼 통제되고 계급화된 사회다. 국가의 수도에 해당하는 ‘태양시’에는 사회의 지도층과 부유층이 집을 세 채씩 소유하며 살고 있고, 모래 언덕으로 둘러싸인 사막 도시 ‘모래시’에는 사회의 극빈층이 오염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 채 살고 있다. ‘모래시’ 사람들은 단지 이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최하층 계급에 귀속되고 평생을 ‘웜스’라 불려야 한다.
주인공 ‘수니’는 ‘모래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17세 소녀이다. ‘모래시’에서 학업 성적이 우수했던 ‘수니’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통합 교육 정책에 따라 ‘태양시’에 있는 ‘시드 중앙 통합 고등학교’에 배정되고, 뜻밖의 유학 생활을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신체를 변형하는 ‘커스텀’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수니’에게 ‘커스텀’이 대중화되어 있는 ‘태양시’는 또 다른 우주 같고, ‘수니’는 새로운 도시와 학교에 적응해 나가던 도중 기숙사 룸메이트로 만난 ‘안’에게 사랑을 느낀다. ‘안’은 ‘비취시’ 출신으로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한 중성인이다.
이 작품은 가상의 시공간을 풍성하고 성실하게 직조해낸 작가의 대담하면서도 섬세한 상상력이 돋보이며, 학교 내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전말을 쫓는 동시에 주인공의 이마에 난 ‘뿔’의 근원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시종일관 흥미진진한 전개를 자랑한다. ‘수니’와 중성인 ‘안’의 퀴어 로맨스 소설이자 ‘수니’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성장 소설, 그리고 ‘계급’과 ‘혐오’라는 지금 이 시대의 가장 뜨거운 이슈를 담은 판타지 소설이다. 읽는 재미와 경쾌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김주성)
『커스터머』
지은이 이종산
출간정보 문학동네 / 2017-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