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가들>은 2014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이래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큰 주목을 받아온 정영수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등단작 ‘레바논의 밤’과 2015년 문지문학상 ‘이달의 소설’로 선정된 ‘애호가들’을 비롯해 모두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8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삶과 자신을 이어주는 매듭의 조임새가 느슨하여 허공에 반쯤 떠 있는 듯하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면서도, 자신이 향하는 게 앞인지 옆인지 뒤인지도 모르면서 어쨌든 나아가는데,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삶의 이면과 그곳에 깃든 진실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견딤으로써 살아내는 인물들로부터 비롯된 ‘무정한 유머’와 ‘공허한 서정성’이 공존하는 소설들이다.

정영수 소설의 매혹적인 작동원리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덧붙인다. 정영수 소설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는 내가 무엇을 쓰게 될지 몰랐다. 쓰면서도 무엇을 쓰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았다. 어떤 이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쓰기 시작한다는데 나는 쓰고 싶어서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는 편이다. 소설을 다 쓰고 나면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싶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쓰고나서 원래 나는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 라고 슬쩍 얘기해도 거짓말은 아니겠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은 내심 이런 게 더 좋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

『애호가들』
지은이 정영수
출간정보 창비 / 2017-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