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 책의 추천사에 다음과 같이 썼다. ─비평가가 듣고 싶은 찬사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당신의 글을 읽기 위해서 그 작품들을 봤어요.” 내가 김혜리에게 하고 싶었으나 아직 못 한 말은 이것이다. “당신처럼 써보고 싶어서 영화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어요.”─
이처럼 김혜리 기자가 영화를 말하는 문장은 유려하고 단단하다. 독자가 비로소 영화라는 깊고 아득한 미로 탐험에 초대될 때, 막막한 설렘이었다가 탄식이었다가 빛이자 어둠이었던 영화의 온갖 장면들은 어떻게든 잠시라도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안간힘에 대해서 질문한다. 그렇게 그가 바라보는 영화는 질문을 남기고 질문은 영화를 남긴다.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는 2014년부터 2017년 1월까지 잡지 <씨네21>에 실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중 글을 골라, 영화 관람 날짜 기준으로 열두 달 목차로 재편한 책이다. 그러므로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는 김혜리 기자의 일기이면서 영화에 대한 일기이자, 영화 그 자체의 일기이기도 한데 ‘내일을 위한 시간’(1월), ‘위플래쉬’(2월) ‘비밀은 없다’(6월), ‘프란시스 하’(7월), ‘모라토리움의 다마코’(9월), ‘매기스 플랜’(12월) 등등 비교적 최근의 영화 40편에 대한 단상이 차곡차곡 담겼다.
김혜리 기자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말하자면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가장 살아 있다고, 잠시 더 나은 인간이 된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다짐을 반복한다. “나는 이번 주에도 ‘영화의 일기’를 쓸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 사랑하는 영화를 기억하기 위해 티켓을 모으고 비망록을 쓰는 무수한 당신들을 상상하며, 영영 셋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하나 그리고 둘, 다시 하나 그리고 둘.”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지은이 김혜리
출간 정보 어크로스/ 2017-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