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_201703_howtolivealone

나는 서울에 산다. 나는 20대 여성이다. 나는 회사에 다닌다. 나는 혼자 산다. 집이기도 하고 방이기도 한 아주 작은 원룸에. 고로 나는 서울에서 혼자 살아가는 20대 직장인 여성이다. ‘근데 어쩌라고? 그게 뭐?’라고 묻는다면 정말이지 할 말이 너무 많다. 야근 후 택시를 타면서 들었던 폭언, 비가 세차게 오는 날 모르는 남성이 쫓아오며 내는 비닐봉지 소리에 전력질주를 한 일 같은 결코 안전하지 않은 일상부터 가족이나 친구와의 헤아릴 수 없이 커지는 틈새라든지, 회사생활에서 느끼는 불안과 피로, 몸에 대한 고민… 이 수도 없이 많은 할 말들이 담겨있는 만화를 만났다.

웹툰 <혼자를 기르는 법>의 주인공 ‘이시다’는 20대 후반의 직장인 여성으로, 서울의 좁은 원룸에 살면서 친구가 떠넘긴 햄스터 ‘쥐윤발’을 키우게 되면서 소동물을 키우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과 주변으로 그 시선을 확장해간다. 책 <혼자를 기르는 법.1>에는 2015년 12월부터 다음 웹툰에서 연재한 시즌 1, 2를 책 형식에 맞게 새로 다듬어 담았고, 미공개 에피소드를 함께 실었다. 웹툰은 시즌 4까지 계획되어 있다.

서울의 극단적으로 비좁고 못난 주거환경,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 노동 환경, “나중에”로 퉁쳐지는 지금-여기를 작가는 그 모습 그대로 때로는 건조하게, 때로는 사캐즘으로 그리면서 있는 그대로를 곱씹으며 혼자를 길러 살아가는 법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한다. SNS에서 화제된 “오늘도 중장비보다 오래 일했습니다”, “전 저의 인생이 필름 없는 카메라 앞에서 취하는 포즈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같은 문장 밖에는 지금의 물컹하고 막막한 세계가, 20대 여성의 삶이 타임라인처럼 얽혀있다.

작가 김정연은 작가 이랑과 함께 한 북콘서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의외로 매뉴얼대로 걸어온 타입이기도 해서 그런 걸 보면서 앞으로 더 말 안들어야겠다고 생각해요. 여성으로서, 딸로서, 저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요구되는 것들을 안 지켜야겠다고 결심하자마자 선택의 폭이 확 넓어졌고요.” 그리고 김정연 작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래픽 디자이너였는데 지금은 약간 만화가. 이유가 있는 것들만 하려고 노력한다.”

『혼자를 기르는 법.1』
지은이 김정연
출간정보 창비 / 2017-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