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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팝 스토리』는 영미권 팝 음악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모던’이라는 형용사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약 50년의 시간을 담았다. 역사란 누군가의 자의적인 선택과 분류에 따라 정리될 수밖에 없기에, 팝의 역사를 정리했다는 이 책의 대략적인 소개를 확인하자마자 일단 저자의 정보부터 확인했다. 저자인 ‘밥 스탠리’는 91년에 데뷔한 영국 밴드 ‘세인트 에티엔’의 멤버이자 <<타임스>>, <<가디언>> 등에 리뷰 및 인터뷰를 기고하는 12년차 음악 평론가라고 한다. 30여 년 가까이 직접 음악을 만들고, 10여 년 가까이 자신이 엄선한 음악을 대중에게 소개한 사람. 만약 팝의 역사를 쓸 수 있는 자격증이나 허가증 같은 게 있다면, 바로 이런 사람에게 쥐여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저자의 이력.

이 책이 기존에 쓰인 수많은 음악 서적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는 건 목차만 훑어봐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인기와 명성을 거머쥔 스타의 이름으로만 페이지를 채워 넣는 손쉬운 방법을 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안내하는 과거로의 여행에 동참하다 보면,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프로듀서의 이름과 제작자의 이름과 스튜디오의 이름과 매니저의 이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챕터에서는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아이콘보다도 이들의 이름이 더 중요하다. 이 책을 넘기며 여러 번 생각했다. 저자는 팝의 역사란 결코 ‘팝스타’만의 역사는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물론 그건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 자신의 집필 의도를 이렇게 친절히 밝히고 있으니. “가이드 따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쓰고자 했다.”

『모던 팝 스토리』
지은이 밥 스탠리
옮긴이 배순탁, 엄성수
출간정보 
북라이프/ 2016-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