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helf_201701

<월간 윤종신>의 당신의 책장은 출판계 사람들이 독자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코너다. 원고를 청탁받았을 때 나는 윤종신이 좋아서 수락했는데, 윤종신 얘기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도 하면 안 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이미 윤종신 얘기가 시작되었으므로, 계속하겠다.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 숙제가 ‘연예인 사인 받아 오기’였다. 나는 윤종신의 사인을 받았다. 초등학생이 윤종신이 누군지 어떻게 알아. 윤종신이 연예인이라니까 받았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예인 사인을 받아 본 것 같다. 앨범 재킷이 까만색이었는데 흰색 펜으로 사인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흰색 펜으로 글씨를 쓰지? 너무 멋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윤종신을 좋아하기로 했던 것 같다.

내가 추천하려는 책 『샴페인 친구』는 사인회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는 소설이다. 유명 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사인회에 찾아온 스물두 살 페트로니유 팡토에게 사인을 해준다. 뭐라고 적어 주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사인회의 짧은 만남으로도 어떤 사람을 좋아하기로 하는 데는 충분하니까. 사인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술친구가 된다.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돔 페리뇽(Dom Pérignon), 로랑 페리에(Laurent Perrier), 모엣 샹동(MOËT CHANDON), 테탱제(Taittinger)…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샴페인들을 아무 데서나 보이는 족족 마셔 댄다. 두 사람은 샴페인 시음회도 가고, 샴페인을 각 1병씩 마시면서 스키도 타고, 서로에게 축하할 일이 있을 때마다 진탕 마셔 댄다. 축하할 일이 없을 때도 마신다.

이들이 질리지도 않고 광란의 술 파티를 계속 이어 갈 수 있는 이유는 둘의 관심사가 똑같기 때문이다. 첫째, 이들은 샴페인을 사랑한다. 아멜리 노통브의 팬들조차 놀랍게도, 노통브는 책의 첫 장을 샴페인에 대한 찬가로 채운다. 지루할 만큼 현학적이고 다음 장을 어떻게 시작하려고 이러나 싶을 정도다. 둘째, 이들은 아멜리 노통브를 사랑한다. 페트로니유는 아멜리 노통브의 열렬한 팬이고, 노통브의 팬들이라면 모두 알다시피 노통브는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노통브의 해외판 표지에는 모두 노통브의 사진이 실려 있다. 늙지도 않는 마녀 같은 모습으로, 고딕 스타일의 까만 옷에 디아볼로 모자, 빨간 입술을 하고 독자들을 노려본다. 페트로니유는 아멜리 노통브가 되고자 한다. 결국, 아멜리 노통브처럼 소설가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샴페인을 따며 데뷔를 축하한다. 이렇게 친밀했던 두 사람에게 2014년, 지독한 숙취가 찾아온다. 곧 숙취가 찾아올 것을 알면서도, 읽다 보면 계속해서 샴페인을 마시고 싶어질 것이다.

윤종신은 아멜리 노통브 같다. 아티스트고, 인기 스타고, 노통브도 매년 한 권씩 책을 내는데 윤종신도 매달 하나씩 신보를 발표하니까. 윤종신은 최근 방송에서 나이 들어감에 대해 토로하곤 했는데, 사실 윤종신도 노통브처럼 늙지도 않는 것 같다. 초딩이라서 윤종신과 술친구가 되진 못했지만, 나는 두 번째로 사인받은 사람과 결혼했다. 성공한 덕후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기나긴 숙취가 온다고 하더라도…….

<삼페인 친구 >
지은이 아멜리 노통브 Amelie Nothomb
옮긴이 이상해
출간 정보 열린책들 / 2016-12-25
<샴페인 친구>는 아멜리 노통브의 스물세 번째 소설로, 30세의 젊은 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사인회에서 만나게 된 페트로니유 팡토라는 여성 팬과의 우정을 그렸다. “잔인함과 섬뜩한 유머를 표현하는 노통브만의 특별한 재능이 빛을 발하는 소설”이라는 평과 함께 문단과 서점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아멜리 노통브는 샴페인을 좋아하지만, 혼자 마시기를 즐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술친구로 삼을 만한 사람을 찾아 나선다. 자신의 사인회를 찾아온 열다섯 불량소년처럼 생긴 페트로니유를 본 순간, 노통브는 직감한다. 페트로니유가 자신이 그동안 찾던 바로 그 사람이란 것을!
작가가 되고 싶었던 페트로니유는 그동안 집필한 원고들을 아멜리 노통브에게 보여 주고, 두 사람은 문학과 샴페인이라는 관심사를 공유하며, 게다가 샴페인에 취해 유쾌한 각종 사고를 벌이면서 꾸준히 어울린다. 2006년, 페트로니유는 사하라 사막으로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중요한 원고를 노통브에게 맡긴다. 수십 번 거절당했던 페트로니유의 원고는 2007년에 드디어 출간되고, 페트로니유도 인정받는 작가가 된다. 작가가 된 페트로니유와 노통브 사이에 경쟁 구도가 생기고, 페트로니유의 태도가 이상해지며 두 친구 사이에 거리감이 생긴다. 값비싼 샴페인을 곁들인 파티가 이어지는 가운데 2014년, 두 사람에게 지독한 숙취가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