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를 통해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쓰인 짤막한 시나 편지가 여러 번 화제가 되었다. 읽고 쓰는 일보다는 먹고 사는 일이 급해서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이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들이 쓴 글이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투박하고 어설픈 글을 마주할 때마다 항상 울컥한다. 심지어 가슴이 먹먹해지다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또야? 이런 건 너무 뻔하잖아.’라고 투덜거리면서도 막상 읽으면 몇 초 만에 마음이 무너져버리고 만다. 직감적으로 이게 ‘진짜’라는 것을, 어떠한 과장도 꾸밈도 없는 진실한 자기 고백이라는 것을, 수십 년의 삶을 통틀어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하고 싶은 단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고 시픈 당신에게>는 전국의 한글학교에서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어르신들의 시와 산문 89편을 엮은 책이다. 서울, 광주, 부산, 성남, 안양 등 전국에 소재한 30여 개 문해교육 기관이 참여해 480여 편의 시화와 산문을 모았고, 그중에서 89편을 추렸다고 한다. 글쓴이의 평균 연령은 69세이다. 어떤 글에는 뒤늦게 한글을 배우면서 느끼는 기쁨과 안타까움이, 어떤 글에는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어떤 글에는 며느리에게 전하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담겨 있다. 세월이 그녀들에게 안겨주었을 수십 가지의 복잡다단한 감정이, 그녀들이 꼭꼭 힘주어 눌러쓴 글자 하나하나에 모두 새겨져 있다.

<보고시픈 당신에게>
지은이 김광자 외 86명
출간 정보 한빛비즈 /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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