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하면 다수의 분들은 ‘팥빙수’, ‘내 사랑 못난이’, ‘오래전 그날’, ‘본능적으로’ 등을 떠올려 주시지만, 팬이라 자처하시는 분들은 ‘너에게 간다’를 많이들 뽑아주신다.
‘너에게 간다’는 재작년 공연을 위해 투표를 진행했을 때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곡이었다. 이번에 이 곡을 내 버전으로 다시 부를 것인지 아니면 다른 동료에게 부탁할 것인지 고민했다. 곡이 어렵기에… 정말 윤종신 특유의 노래였기에… 하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 부른다면 누구에게 맡겨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그냥 내 머릿속에는 ‘김범수’ 밖에 없었다.
사실 범수는 ‘너의 결혼식’을 부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는 이 봄에… 설레는 이 봄에… ‘너에게 간다’를 <월간 윤종신> Repair 리스트에 올리고 싶었고, 범수에게 완강히 이 노래를 부탁했다.
노래는 부드럽고 속삭이듯이, 조금은 차분한 기분으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벅찼던 원곡의 분위기와는 다르다. 범수는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듯 점점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 스캣에서는 감정과 테크닉을 한껏 폭발시켰다. 훌륭한 배우와 일하는 감독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나에게 범수는 송강호고 최민식이고 하정우다.
‘너에게 간다’는 내가 즐겨 쓰는 생중계형 가사다. 그리고 2004년 황성제의 편곡은 그 실황감을 가장 잘 전달했던 편곡이었다. 그래서인지 2013년 버전의 편곡자 정석원은 더욱더 부담스러워 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프로듀싱으로 어쿠스틱한 버전의 ‘너에게 간다’를 만들어주었다. 원곡을 발표한 지 약 10년이 지난 지금, 10년 차이가 나는 후배가 다시 불러준 ‘너에게 간다’. 나는 아직도 이 노래가 설렌다. 여러분도… 벅찬 봄 맞으시길…

너에게 간다
다신 없을 것 같았던 길
내가 지금 숨이 차오는 건
빠르게 뛰는 이유만은 아냐
너를 보게 되기에 그리움
끝나기에
나의 많은 약속들 가운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들었고
며칠 밤이 길었던 약속같지
않은 기적
너와 헤어짐에 자신했던
세월이란 믿음은
나에게만은 거꾸로 흘러
너를 가장 사랑했던 그 때로
나를 데려가서
멈춰있는 추억속을 맴돌게 했지
단 한번 그냥 무심한
인사였어도 좋아
수화기 너의 목소리
그 하나 만으로도
너에게 간다 다신 없을 것
같았던 길
문을 열면 네가 보일까
흐르는 땀 숨고른 뒤 살며시
문을 밀어본다
내가 지금 숨이 차오는 건
빠르게 뛰는 이유만은 아냐
너를 보게 되기에 그리움
끝나기에
나의 많은 약속들 가운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들었고
며칠 밤이 길었던 약속같지
않은 기적
너의 갑작스런 전화속에
침착할 수 없었던
내 어설펐던 태연함 속엔
하고픈 말 뒤섞인 채
보고싶단 말도 못하고
반가운 맘 누르던 나
너를 향한다
단 한번 그냥 무심한
인사였어도 좋아
수화기 너의 목소리 그
하나 만으로도
너에게 간다 다신 없을 것
같았던 길
문을 열면 네가 보일까
숨고른 뒤 살며시 문을 밀어본다
2013 <월간 윤종신> Repair 5월호 ‘너에게 간다’는 작곡가 정석원이 편곡을 맡았다. 윤종신은 정석원이 이번 작업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었다고 전해준다. 정석원은 작곡가 황성제가 작업했던 원곡의 편곡이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고 생각했고, 자신은 그걸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석원은 원곡을 뛰어넘으려고 하지 않았고, 원곡과는 아예 다른 식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편곡의 해법이었다. 리페어된 ‘너에게 간다’는 아예 키를 낮춰서 시작한다. 덕분에 김범수의 목소리가 아주 편안하게 들린다. 윤종신은 정석원 작곡가만의 스타일이 담긴 편곡이라서 이번 호가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한다. “원곡과는 구성 자체가 달라요. 파트가 두 개로 나뉘어 있어요. 앞부분은 아주 편안하게 진행되잖아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정통 발라드의 느낌이 나죠. ‘꿈에’를 히트시켰던 정석원 작곡가답게 그가 좋아하는 대곡 느낌이에요. 물론 ‘꿈에’만큼 크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뒤에 콰이어도 나오고 스캣으로 크게 터트리는 부분도 나오거든요.”
 ‘너에게 간다’는 윤종신 특유의 화법이 잘 드러나는 가사이기도 하다. 윤종신은 ‘너에게 간다’와 같은 가사를 ‘현장중계형’ 가사라고 직접 명명한다. 윤종신의 가사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그 감정으로 비롯된 행동을 묘사하는 데에 더욱더 공을 들인다. 우리가 윤종신의 가사를 들을 때마다 어떤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체험을 하는 건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너에게 간다’는 헤어졌던 연인에게 다시 연락을 받은 한 남자의 마음을 표현한다. 가사 속 남자는 지금 여자를 향해 숨 가쁘게 뛰어가고 있다. 윤종신은 이 가사를 쓰던 당시의 생각을 다시 떠올린다. “남자는 실제로 뛰고 있는 게 아닐지도 몰라요. 비록 가사 속에서는 분명히 뛰고 있지만요. (웃음) 무슨 말이냐 하면 저는 이 가사를 쓸 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실제로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격정적으로 꿈틀거린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거든요. 가사 속 남자는 어쩌면 여자의 전화를 받고 씨익 웃고 있는 정도일지도 몰라요. 여자의 전화를 받고 그냥 걸어가고 있는 정도일지도 몰라요. 가다가 그냥 쇼윈도우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정도일지도 모르는 거죠. 하지만 그러한 겉모습과는 달리 남자의 마음은 엄청나겠죠. 실제로 두 다리를 움직여서 뛰는 건 아니겠지만, 마음만은 칼 루이스처럼 뛰겠죠. 마음만은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뛰고 있겠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요?”
발행인 겸 편집장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Plan 최진권

Edit 김주성

Design 한경희

Video Edit 권철

Making Photo 한경희



사진

Moving Picture 안성진 @TEO



음악

Lyrics 윤종신 

Compose 윤종신 & 이근호 

Arrange 정석원

String Arrange & Conduct 박인영

String Perform 융 Strings

Drum 신석철

Bass 최훈

Guitar 정수완

Piano 길은경

All Keyboards 정석원

Chorus 하림

Recording 김일호 @Mystic89, Sumsound, Musicabal Studio, 엄현우/정현인(@Seoul Studio), 오성근, 백경훈(@T Studio)
Mixing 고현정(@Musicabal Studio)

Mastering Stuart Hawkes(@Metropolis Studio)

Artists & Repertoire 박혜미



앨범아트

Artwork Director 이강훈

Artwork 강준석

Design 공민선



뮤직비디오

Director 권철, 장혜린

Producer 이승호

D.O.P 권철

Editor 장혜린

Art Director 이지윤

Special Effect 김형민

Lighting Director 김태양

Steady Cam 한상길

Still Photo 진호

Title Design 한경희

Cast 신재훈, 장예슬

Location 김녕 미로공원

Equipment Support 제주 영상위원회



스타일링
오영주, 오진주



매니지먼트
조배현, 하영진, 방재혁, 최호준, 이선광



발행 MYSTIC89

제작 OFFBEAT,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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