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조교수인 이지원의 산문집 <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는 ‘중년’의 이야기다. 그런데 뉴타운 월세 아파트의 주민이자 마흔을 바라보는 두 아이의 아빠, ‘아저씨 입문자’인 저자가 꺼내놓은 이야기는 심상치 않다. 하루에도 열댓 번씩 솟구치는 분노, 일상에서 싹트는 불쾌감과 불행의 요인을 샅샅이 뒤져 유유히 둘러보기 때문이다.

저자의 일상에는 이웃의 배려나 제작자의 양심, 자족적인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마흔 살에 들어선 나를 스스로 귀여움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태도가 없다. 대신 ‘개저씨’와 ‘꼰대’가 싫고 ‘진상’이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자기반성과 온갖 비합리적인 것에 대한 관찰이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자신이 사는 뉴타운을 치열하게 산책하고 전투적으로 사색하며, 잘못된 아첨을 하기보다는 정당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을 쏟는다. 비이성적인 권위나 한국 사회의 기이한 서열문화는 볼품없는 것이라 지적하고, 참을성이 없는 자기 자신을 때로는 놀림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책 페이지를 넘길 때 일러스트레이터 최진영의 재치있는 삽화에 키득키득 소리 내며 웃다가도, 순간 다가오는 특유의 시니컬함이 날카롭다. 그렇다. 우리가 이토록 까칠한 이유는 ‘소심한 나’ 때문이 아니라, 이 세계를 둘러싼 수많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온갖 것들 때문이다.

<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
지은이 이지원
출간 정보 민음사 / 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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