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권총과 산탄총으로 무장한 두 고등학생이 자신이 재학 중인 학교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1,000여 발의 총알을 난사한다. 교실 안에 앉아 있던 혹은 도서관에서 책을 보던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24명이 부상을 입는다. 소설 속 한 장면이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지지만, 이건 소설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다. 1999년 4월 22일 미국의 콜로라도주 덴버시 교외 리틀톤에 위치한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자신들을 평소 ‘트렌치 코트 마피아’라고 지칭하던 그 두 학생의 이름은 ‘에릭’과 ‘딜런’이었고, 이들은 범행을 저지른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은 미국뿐만 전 세계를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었으며, 동기의 불가해함과 행동의 무자비함으로 인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의 저자 수 클리볼드는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이다. 그녀는 딜런이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그리고 참사 이후의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다.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무자비하게 총을 난사한 그 아이는 도대체 어떤 아이였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축이라면, 사건 이후 가해자의 엄마로서 그녀가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안고 살아왔는지를 고백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축이다. 도대체 무슨 염치로 가해자의 부모가 입을 열 수 있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의도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녀가 아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이야기하면 할수록 가해자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기 고백을 통해 사람들로부터 연민과 용서를 강요한다는 비난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 피해자의 가족을 생각하면 과연 가해자의 부모가 이렇게 자신의 사연을 대중에게 전하는 게 과연 최선의 방법일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가치와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분명히 귀 기울여볼 만하다. 결국 내가 내 자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 함께 사는, 내가 낳은 자식이라도 나는 그 아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 가장 두렵고 낯선 사람이 내 아들이나 딸일 수도 있다는 것.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지은이 수 클리볼드
옮긴이 홍한별
출간 정보 반비 / 201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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