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한국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기획 시리즈가 하나 있다. 선임 기자인 최윤필이 2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이 시리즈는 ‘가만한 당신’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의 부고를 담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가만한 당신>은 그중 서른 다섯 편을 선별하고 개작하여 묶은 책이다. 부고의 주인공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이들 모두가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낯설고 생소한 사람들이라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이들의 삶이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그야말로 치열한 투쟁 그 자체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을 옭아매는 ‘상식’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았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다. 누군가는 인권과 자유를 위해 싸웠고, 누군가는 차별 철폐와 페미니즘을 위해 앞장섰으며, 누군가는 조력 자살과 동성혼 법제화를 위해 헌신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부고는 짧고 간결하다. 이름과 나이와 지위와 성과 정도로 그 사람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소개한 이 특별한 사람들의 부고는 길고 자세하다. 이들의 삶은 결코 자신의 이름과 지위와 성과를 위해 바쳐지지 않았으며, 그들이 그것을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또 다른 누군가의 삶에 어떤 미래와 방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분명히 이들의 삶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을 테고, 그래서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부고가 아닌, 더욱 정성스럽고 애정이 담긴 부고를 선물하려 한 것 같다. 이 서른 다섯 편의 부고를 읽고 있노라면, 우리가 우리의 하루하루를 불행하게 만드는 수많은 억압과 굴레를 벗어던져야 한다는 것을, 우리의 삶이 훨씬 더 솔직하고 자유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뜨거운 가슴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만한 당신>
지은이 최윤필
출간 정보 마음산책 / 201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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