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황현산, 시인 김정환, 김혜순이 기획한 ‘삼인 시집선’의 첫 시집 <연애의 책>이 출간됐다. 지난 2013년 세 문인은 기존 문단의 신춘문예, 잡지 등단 제도의 문제점을 ‘출판사 주도로 오래 준비해 출간하는 시집 출판’이라는 방식으로 극복하고자 뜻을 모았다. 좋은 시를 쓰면서도 주류 문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하거나 기존 문학출판사가 포용하지 못한 숨은 시인의 시집을 발굴해 긴 시간을 두고 펴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선정위원과 출판사는 시집 한 권 분량을 채울 수 있는 50~60편의 시를 한꺼번에 받아 가능성이 돋보이는 시 원고에는 심사위원의 메모를 덧붙여 반송하고, 고쳐 온 시 원고를 다시 심사했다. 그렇게 3년간 실험이 계속됐다.

유진목은 지난해 독립출판사 ‘문학과죄송사’에서 <강릉 하슬라 블라디보스토크>를 펴내기는 했지만, 신춘문예나 잡지 신인상 등 기존 제도를 통해 정식 등단하지는 않은 시인이다. 그는 영화인이기도 한데 <회오리 바람>, <도희야>, <4등>에 스크립터로 참여했으며, 몇 편의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목년사’라는 1인 제작사를 만들었다. 그렇게 시를 쓴다. 그리고 2016년 5월, ‘삼인 시집선’의 첫 시집 <연애의 책>을 출간했다. 이 시집에는 연애에 깃든 ‘모순된 감정의 충돌’이 불쑥불쑥 담겨있다. 사랑의 시작, 절정, 끝을 솔직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써내면서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서 포획한 절제된 유머와, 존재에 대한 애증의 마음을 놓치지 않고 그려냈다.

가끔은 빈방에서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시가 있다. 문학평론가 조재룡은 이 시집을 두고 이렇게 썼다. “우리는 이 시집에다가 무언가 군말을 덧붙이는 것이 별반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 알아차려야 한다. 어서 시를 읽어보라고, 독촉을 하는 수밖에.”

연애의 책
지은이 유진목
출간 정보 삼인 / 201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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