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소년’의 얼굴이 궁금해지는 순간 < BOY IN THE FRAME >
문득 ‘소년’의 얼굴이 궁금해지는 순간이 있다. 성장 중인,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장 이전인 말갛고 투명한 얼굴들 말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혹은 ‘상상해왔던’ 소년의 이미지는 어디엔가 희미하게 ‘아마도 그 소년은 어땠을 것’ 정도로 오로지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로 남아있다. 기억은 왜곡되어 있기도, 미화되어 있기도 하다. 책은 그 기억을 들춰낸다. 이 책은 바로크 시대부터 20세기 초까지 그려진 명화 중 ‘소년’을 대상으로 그린 작품을 모아 펴낸 책으로,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부터 헨리 스콧 튜크(Henry Scott Tuke)까지, 대표작이든 습작이든 관계없이 어린 남성을 그린 총 35점의 회화가 실려있다.
그런데 이 책에 들어있는 정보라고는 작가, 작품의 이름, 연대뿐, 그림 속 소년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어떠한 판단도 없다. 오직 천천히 소년들의 얼굴을, 복장을, 취하고 있는 자세를, 주변의 상황들을, 그러니까 온전히 그림을 바라보는 것, 텍스트가 의도적으로 배제된 그림 사이에서 어떤 희미한 기억을 찾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바라보고 있는 이 소년의 정체’가 흐트러지는 순간들이 있다. 아름다움의 소재로 그려진 성숙한 여성 아닌 프레임 속 대상으로서의 소년, 그러니까 미성숙한 어린 남성, 아름답고 고요한 그림 속 소년의 눈빛 사이에 느껴지는 어떤 기운이 종이 사이로 번져갈 때 말이다.
엮은이 서희정
출간 정보 유어마인드 / 201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