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할 일’은 시경이가 군입대를 한 여름 어느 날, 시경이 목소리를 떠올리며 썼던 곡이다. 하지만 그의 제대 날은 많이 남아 있었고, 그해 겨울 나의 11집 녹음 때 곡이 모자라 당겨 썼던 노래. 특히 A파트를 부를 땐 유난히 시경이 생각이 많이 났던… 창법이나 멜로디 여러 가지에서 그를 생각이 많이 났던… 창법이나 멜로디 여러 가지에서 그를 생각했던 게 보인다.

그래서 그럴까. 내가 부른 ‘내일 할 일’은 그리 잘 되지 않았고, 4년이 좀 지난 지금 불러 본 결과, 시경이가 불러야 했던 노래임이 여실히 느껴졌다.

‘거리에서’ 이후 7년 만의 작업. 더 영민해지고 노련해지고 이젠 나를 압도하기까지 하는 시경이를 보며 참 고마웠다. 잘 성장해 주고, 같이 작업한 선배를 빛나게 해주어서.

‘거리에서’는 내가 작곡자로서 ‘히트곡은 역시 가수 덕이다’라고 뼈저리게 느낀 대표적인 곡. ‘조금 어렵지 않나?’하는 나의 노래를 ‘이게 뭘 어때서?’하며 나를 흐뭇하게 해주던 가수, 성시경. 퇴짜 맞은… 좀 어려워 못 내놓았던 내 노래를 자기가 직접 폴더를 열어 꺼내 가져갔던 그의 선구안… 심미안….

이번에 ‘거리에서’ 윤종신 버전을 불렀다. 불러보니 좀 텁텁하고 담백한 내 느낌도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시경이 것이 훨씬 더 좋다. 시경이 노래다. 시경이와의 마지막 노래. 내게 ‘거리에서’는 이런 노래이다.

이른 아침 일어나야해
내일 우리들이 이별하는 날
평소보다 훨씬 좋은 모습으로
널 만나야겠어
조금도 고민없던 것처럼
태연한 표정이 아무래도
서로 잊기 좋겠지
이별직후 검색해보면
혼자 볼만한 영화들이 뜨네
가슴 먹먹해지는 것부터
눈물 쏙 빼는 것 까지
내일은 빠듯한 하루가 되겠어
우리 만나 널 보내랴
무덤덤한 척 하랴
안녕 오랜 나의 사람아
하루종일 이별 준비야
너 떠난 뒤가 막연했기에
아무리 떠올려봐도 그려지지 않는
너의 이별표정도
이 밤 지나면 보게 되겠지
안녕 오랜 나의 사람아
내일 슬프지 않기로 해
마지막은 기억에 남기에
눈물은 미련이라는 것쯤
서로의 가슴은 알기에
우리 편하게 내일 이별해
내일은 괜찮아도
바로 다가오는 다음 날 부턴
단 하나의 준비조차 없는데
그 날부터 난 뭘 해야 하는건지
안녕 오랜 나의 사람아
하루종일 이별 준비야
너 떠난 뒤가 막연했기에
아무리 떠올려봐도 그려지지 않는
너의 이별표정도
이 밤 지나면 보게 되겠지
안녕 오랜 나의 사람아
내일 슬프지 않기로 해
마지막은 기억에 남기에
눈물은 미련이라는 것쯤
서로의 가슴은 알기에
우리 편하게 내일 이별해
우리 편하게 내일 이별해
이제 그만 잠을 자려해
아마 나는 잘 할 수 있을꺼야
수 많았던 우리 만남들 중에서
그 마지막을

‘내일 할 일’은 윤종신이 애초에 성시경을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었다. 하지만 이 곡은 곧바로 성시경에게 전달될 수 없었고, 2008년 발표된 윤종신의 11집 앨범에 수록되면서 세상과 먼저 만났다. 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내일 할 일’은 <월간 윤종신> Repair 프로젝트를 통해 성시경을 만나게 되었고, 윤종신이 처음 노래를 만들면서 떠올렸던 그림에 가까운 버전으로 완성되었다. “리페어 프로젝트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곡이에요. 제가 먼저 불러 발표했지만, 시경이가 불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시경이에게 계속 부탁을 했어요. 시경이랑 작업하니까 역시 나랑 맞는 사람은 따로 있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들으시는 분들에게도 제가 작업하면서 느꼈던 이 짜릿함이 전달되었으면 해요.”
윤종신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원곡이 수록된 11집 앨범 [동네 한 바퀴]에 대한 생각을 여러 번 했다고 이야기한다. 윤종신에게 [동네 한 바퀴]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다소 힘든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앨범으로 기억되어 있다. 그 당시 그는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하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는데,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음악과 멀어지겠다는 불안감 때문에 다급하게 앨범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 당시 더는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친 상태로 음악을 만들었어요. 목도 너무 안 좋았고, 만드는 동안 너무 힘들었고, 일찍 지쳐서 활동도 많이 안 했죠. 나중에는 너무 힘들게 만들었으니까 좀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 돌아보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다시 11집을 들어봤는데… 너무 좋더라고요.(웃음) 그때는 너무 정신없어서 그걸 똑바로 볼 수 있는 여유도 없었던 거예요. 바쁜 스케줄 속에서 거의 생각을 내려놓고 작업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생각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진짜 내 스타일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1집은 내가 쓴 가사 중에 가장 날이 서 있고, 감성 표현도 번뜩번뜩 해요.” 윤종신은 성시경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난 ‘내일 할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윤종신의 11집 앨범 [동네 한 바퀴]가 재발견되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발행인 겸 편집장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Edit 김주성
Design 최고은
Plan 최진권
Video Edit 권철
Making Photo 최고은

사진
Photo & Video 안성진

음악
‘내일 할 일’
Lyrics 윤종신
Compose 윤종신&이근호
Arrange 황성제
String Arrange & Conduct 박인영
String Perform 융 Strings
Drum 신석철
Bass 최훈
Guitar 홍준호
Keyboard 황성제
Flugel Horn & Trumpet 최진현

‘거리에서’
Lyrics 윤종신
Compose 윤종신&이근호
Arrange 안준영
Drum 안병범
Bass 최훈
Guitar 홍준호
Keyboard 안준영

앨범아트
Artwork Director 이강훈
Artwork 윤미선
Design 공민선

뮤직비디오
Director 권철
Lighting Director 김형민
Producer 이승호
Art Director 장혜린
Location 우연수집가

스타일링
오영주, 오진주

매니지먼트
조배현, 하영진, 최호준

발행
MYSTIC89

제작
OFFBEAT,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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