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소설가이고, 어떤 시대를 표현해 왔는가”라는 스스로를 향한 근원적인 물음에,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大江建三郞)는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읽고’, 스스로 ‘고쳐 쓰는 것’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단편소설집 『오에 겐자부로』는 이를 담은 결과물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직후, 오에는 소설 『만년양식집』(2013)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그는 60여 년의 소설 창작을 마감한다고 발표했고, 곧바로 작가 생활 동안 발표했던 단편 중 23편을 직접 뽑아 퇴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책에 실린 초기 단편 「기묘한 아르바이트」, 「사슬」, 중기의 「‘레인트리’를 듣는 여인들」, 후기의 「마고 왕비의 비밀 주머니가 달린 치마」 등 총 23편의 단편은 노년의 오에가 청년, 중년의 ‘나’를 돌아보며 남긴 것들을 다시 정리하고 배열한 작품들이다. 세계와 개인의 실존에 대한 고뇌, 개인적인 체험과 SF에 다다르는 폭넓은 세계관을 넘나드는 단편은 노년을 맞은 거장의 섬세한 터치로 다시 태어났는데,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원래의 설정이나 내용을 변경하고 수식어를 줄이고 어순을 바로잡고 구두점을 옮기는 등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들이 단편에 고스란히 담겼다. 거장의 청년기를 발견하는 재미, 그리고 동시대 소설의 궤적을 찬찬히 찾아 읽어 내려간다는 의미도 함께.

오에 겐자부로
지은이 오에 겐자부로
옮긴이 박승애
출간 정보 현대문학 / 201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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