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버린 것들

한동안 내게 한남동은 서울의 동의어나 다름없었다. 스무 살 때 서울에 올라와 처음으로 살게 된 동네가 그곳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열아홉 해 동안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 갇혀 있었던 나는 오로지 더 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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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노래는 나의 노래입니다

“이번 당선으로 이성애자가 게이들의 도시 장악을 염려하는데요. 모두를 위한 의원이 되실 겁니까?” 샌프란시스코 시 의원에 당선되던 날 밤, 하비 밀크(숀 펜)는 하나마나한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이 함의하는 바는 다양하다. “당신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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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지 않는 여자

금요일 저녁 홍대의 유서 깊은 클럽에서 〈흥부가〉를 들으며 술을 마셨다. 창덕궁 비원 정자 연회에 초대된 기분이었다. 비록 ‘카타콤’을 자처하는 곰팡내 나는 지하 술집, 사오십 대 아재들의 추임새로 가득한 공간이었지만 사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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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조금 열어둬

팔 년 만에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파란 철문을 직접 열어주었던 건 아버지인 황이었다. 평일 한낮이었고 막 노곤하게 잠이 몰려오던 참이었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문밖을 비추는 흑백화면이 켜졌다. 얼마간 화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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