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잘 찾는 서울 사람들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강변북로를 달리다가 한남동으로 진입하는 대신 한남대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우리의 구형 SM5는 시속 구십 킬로미터의 속도로 남으로, 남으로 달리게 되었는데 (우리의 미래인) 반대편 차선 위의 차들은 외계인…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 『팻 메시니』
미국 현대문학의 떠오르는 별로 주목받는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에세이집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이 번역, 출간되었다. 윌리스는 두 편의 장편소설과 미완성 유작 소설, 세 권의…
존재와 사랑을 지키기 위한 싸움 <판타스틱 우먼>
2018년 4월의 ‘어수선한 영화 이야기’에서 만나본 영화는 <판타스틱 우먼>이다. 제63회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글로리아>(2013)로 국내 관객들과 만난 적 있는 세바스찬 렐리오의 감독의 신작이다. 웨이트리스이자 재즈 바 가수인 트렌스젠더 여성…
햇살 찬란한 산티아고 거리에서 마이애미의 달빛을 떠올리다
연인 오를란도(프란시스코 리예스)의 장례식장에 다녀오는 길, 마리나(다니엘라 베가)는 오를란도의 아들인 브루노(니콜라스 자베드라)와 그 친구들에게 린치를 당한다. 백주대낮의 산티아고 거리를 걷던 마리나는 브루노 일당에게 납치되듯 끌려가 그들의 SUV에 태워진 뒤, 얼굴에…
1979
세 식구가 먹을 양의 음식을 만드는 데 익숙하다 보니 혼자 지내면서 1인용 요리를 할 때마다 번번이 양 조절에 실패했다. 세 끼를 카레만 먹거나, 일주일 동안 미역국을 먹는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마음을 비우고 간단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엄마가 아신다면…
『출판하는 마음』 & 『부디 계속해주세요』
우리는 한 권이 책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투입되는지 알지 못한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우리의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누군가는 단연 저자이고, 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분노와 혐오가 사는 마을 <쓰리 빌보드>
2018년 3월의 ‘어수선한 영화 이야기’에서 만나본 영화는 <쓰리 빌보드>이다. <킬러들의 도시>와 <세븐 사이코패스>, 단 두 편의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한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이다. 참혹한 살인 사건으로…
‘피해자 다운 피해자’ 같은 건 없다
“안젤라 일에 관해서는 마을 사람 모두가 당신 편이예요. 하지만 광고판에 관해서는 아무도 당신 편이 아니예요.”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먼드)에게 경찰서장 윌러비(우디 해럴슨)를 비난하는 광고판을 내릴 것을 설득하러 온 몽고메리 신부(닉 시어시)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