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일기

담당 간호사에게 그럼 가보겠습니다, 하고 가볍게 눈인사를 했을 때만 해도 그날의 진료는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윤범은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몸무게와 혈압을 쟀고, 사전에 진행한 이십사 시간 유린검사와 피검사 결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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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나는 아직도 그애를 기억한다. 내가 그애를 만났을 때 나는 아르바이트며, 몸을 쓰는 일이라면 전부 하려고 했었다. 돈을 벌고 싶었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았다. 그애는 학생이었고 나는 학생은 아니었다. 학생이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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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잘 찾는 서울 사람들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강변북로를 달리다가 한남동으로 진입하는 대신 한남대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우리의 구형 SM5는 시속 구십 킬로미터의 속도로 남으로, 남으로 달리게 되었는데 (우리의 미래인) 반대편 차선 위의 차들은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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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거장

나는 오늘 종일 여자친구와 한남동에 있었다. 미세 먼지가 유독 심한 날이었다. 우리는 함께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가보기로 벼르던 식당을 찾아다니는 중이었다. 숨을 내쉬자 안경에 입김이 생겼다. 시야가 답답해 마스크를 턱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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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려 했던 것은*

한 여자가 한남대교에 매달려서 자살을 시도하고 있었다. 유경은 통근 버스의 스크린을 통해서 그 소식을 접했다. 강남으로 향하는 470번 버스 안이었다. 화면 하단에 빨간 배경에 하얀 글씨로 ‘속보’라는 단어가 나타나기가 무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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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맨션

지난여름 남산맨션 일층에 있는 보마켓에 매일 들렀다, 고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다. 남산맨션에 살았다면 매일 들를 수 있었을 텐데. 친구에게 말했고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남산맨션 앞 건널목에 서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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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의 나

월간 자랑의 멤버가 되기 위한 면접이 치러진 장소는 한남동에 위치한 모모 언니의 집이었다. 나는 월간 자랑의 마지막 멤버로서, 더이상 신입 멤버를 받지 않겠다던 기존 멤버 몇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주 간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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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이별

텐이 돌아왔다. 이른 아침이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찬바람과 함께 텐이 들어왔을 때 나는 시계를 봤다. 아침 일곱시가 조금 넘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텐이 돌아오다니. 텐은 지난여름에 떠났다. 잠깐 빵을 사러 다녀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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