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병

한남동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써달래. 누가? 월간 윤종신. 윤종신이 그런 것도 시켜? 그렇대. 부동산 소설을 써 달라는 거야? 배경이 한남동이거나 주인공이 한남동 출신이거나 지금 막 한남동으로 가는 길이거나. 역시 부동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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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한 사이

은수는 다른 삶을 꿈꿨다. 새 인생, 뉴 라이프. 그것은 은수가 스무 살 이후로 꾸준히 바라온 목표였다. 목표였으니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날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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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프 브릭

그해 여름 진우는 그레이프 브릭에서 연주했다. 일을 나가는 주말 저녁이면 좀 시무룩해져선 한참이나 소파에 웅크려 휴대폰만 들여다보거나 줄담배를 피워 좁은 방을 너구리굴로 만들었다. 나는 진우의 침대에 널브러진 채 그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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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일기

담당 간호사에게 그럼 가보겠습니다, 하고 가볍게 눈인사를 했을 때만 해도 그날의 진료는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윤범은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몸무게와 혈압을 쟀고, 사전에 진행한 이십사 시간 유린검사와 피검사 결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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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나는 아직도 그애를 기억한다. 내가 그애를 만났을 때 나는 아르바이트며, 몸을 쓰는 일이라면 전부 하려고 했었다. 돈을 벌고 싶었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았다. 그애는 학생이었고 나는 학생은 아니었다. 학생이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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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잘 찾는 서울 사람들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강변북로를 달리다가 한남동으로 진입하는 대신 한남대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우리의 구형 SM5는 시속 구십 킬로미터의 속도로 남으로, 남으로 달리게 되었는데 (우리의 미래인) 반대편 차선 위의 차들은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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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거장

나는 오늘 종일 여자친구와 한남동에 있었다. 미세 먼지가 유독 심한 날이었다. 우리는 함께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가보기로 벼르던 식당을 찾아다니는 중이었다. 숨을 내쉬자 안경에 입김이 생겼다. 시야가 답답해 마스크를 턱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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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려 했던 것은*

한 여자가 한남대교에 매달려서 자살을 시도하고 있었다. 유경은 통근 버스의 스크린을 통해서 그 소식을 접했다. 강남으로 향하는 470번 버스 안이었다. 화면 하단에 빨간 배경에 하얀 글씨로 ‘속보’라는 단어가 나타나기가 무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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