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의 나

월간 자랑의 멤버가 되기 위한 면접이 치러진 장소는 한남동에 위치한 모모 언니의 집이었다. 나는 월간 자랑의 마지막 멤버로서, 더이상 신입 멤버를 받지 않겠다던 기존 멤버 몇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주 간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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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이별

텐이 돌아왔다. 이른 아침이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찬바람과 함께 텐이 들어왔을 때 나는 시계를 봤다. 아침 일곱시가 조금 넘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텐이 돌아오다니. 텐은 지난여름에 떠났다. 잠깐 빵을 사러 다녀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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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를 찾아서

간혹 내가 복무하는 이 세계가 한 점 그림이라면 어떨까, 생각할 때가 있다. 주로 갤러리를 걸으면서 콧노래 대신 흥얼거리는 상상이다. 북런던 햄스테드 히스 인근의 한 갤러리에서 근무할 당시 수석 큐레이터―내가 존경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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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e in the Wall

내가 처음으로 한남동에 발을 디딘 그날, 나는 열네 살치고는 제법 대범한 소녀였다. 그저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세 시간쯤 걸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동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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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힐 호텔

1995년, 나는 세번째 전학을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고작 삼 년 반이 흘렀을 무렵이었다. 계룡대에서 원주로, 원주에서 심곡리로, 이제 용산으로 간다고 했다. 학년이 바뀌면 반이 바뀌듯 내게 학교가 바뀌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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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져버린 것들

한동안 내게 한남동은 서울의 동의어나 다름없었다. 스무 살 때 서울에 올라와 처음으로 살게 된 동네가 그곳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열아홉 해 동안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 갇혀 있었던 나는 오로지 더 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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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조금 열어둬

팔 년 만에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파란 철문을 직접 열어주었던 건 아버지인 황이었다. 평일 한낮이었고 막 노곤하게 잠이 몰려오던 참이었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문밖을 비추는 흑백화면이 켜졌다. 얼마간 화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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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수영장

그해 봄, 여름 유진은 자주 걸었다.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하루에 여섯 시간, 일곱 시간을 걷기도 했다. 대학 입학 선물로 받은 르까프 운동화를 신고 선캡을 쓰고 이리저리로 걸어다녔다. 술에 취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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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 먼 한남동

사람 많은 곳을 내가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 곳에 있으면 불안하달까, 초조해진달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데 그래요. 실은 그래서 그런 걸지도 몰라요. 누가 나를 쳐다보는 걸 몹시 부담스러워 합니다. 대체로 무난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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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친구는 소설가였다. 그녀는 한남동을 배경으로 단편소설 한 편을 썼는데, 대표작은 아니었다. 어제 그녀가 죽었다. 유방암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세 번의 수술을 받았고, 최근에는 항암 치료 없이 주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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