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의 작가는 ‘참다랑어’라는 닉네임으로도 활동 중인 성민주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자신의 그림을 컴퓨터 밖으로 꺼내봤다는 그녀는 일상의 한 단면을 이야기로 기록하고, 그 기록을 다시 그림으로 표현하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그녀는 최근 <그때, 그해>라는 제목의 일러스트&에세이 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성민주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장마 / 24p 이야기 수록
장마 / <그 때, 그 해> 24p 이야기 수록

이달의 작가 성민주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참다랑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멋있는 작가분들이 하나같이 그럴싸한 필명을 가지고 계셔서, 갓 SNS 활동을 시작했을 때 그분들을 닮고 싶은 마음으로 지었던 이름이었습니다. 불리는 일이 점점 많아지면서 후회도 많이 했지만, 불린 만큼 애착이 가서 정든 이름이네요. 물론 지금도 조금 민망하긴 합니다.

Cafe LOB에서 2015년 3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전시를 하고 계신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그야말로 영광이라는 단어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제 그림을 실제로 프린트해서 만져보고, 다른 사람에게 거창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렇게 신선한 기분일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림 그 자체를 컴퓨터 밖으로 꺼내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마 그 정도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이렇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그리고 그 기회가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행보와 연결된다는 사실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람이 드는 곳 / <그 때, 그 해> 110p 이야기 수록
바람이 드는 곳 / <그 때, 그 해> 110p 이야기 수록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어떤 테마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 가지 형식을 함께 전시했는데요. 하나는 이야기와 함께 가는 삽화 형식의 그림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지 구현에 좀 더 힘을 쓴 일러스트 작업물입니다. 일러스트는 각기 다른 컨셉트를 가지고 그렸기 때문에 한 가지 테마로 묶기는 조금 어렵겠네요. 단조롭고 여백이 많은 그림은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개인의 순간’을 기록하듯 그렸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항상 큰 사건들로 이루어진 건 아니잖아요. 멋지게 그려낼 순간 같은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버스를 보며 멍하게 정신을 놓거나, 지하철 안에서 노래를 듣는 일 따위가 전부인 소소한 일상의 한 부분을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셨는지도 소개해주세요.
먼저 글을 정리하고 그에 맞는 장면을 골라내듯 스케치했습니다. 제가 집착에 가깝도록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는데요. 하루를 마치며 그 날 기록해두었던 문장이나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이 쓰였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해 질 녘에 쓴 글이었다면 노을을 그리고, 길을 걸으며 썼던 글이라면 그저 바람을 맞으며 걷는 모습을 그리는 거죠. 이렇게 쓰고 보니 제가 지나치게 단순한 사람 같기도 하네요. (웃음)

나, 생각 / <그 때, 그 해> 37p 이야기 수록
나, 생각 / <그 때, 그 해> 37p 이야기 수록

최근에 <그때, 그해>라는 일러스트 & 에세이를 펴내셨는데요. 이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하루하루를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는데, 차츰 관심 가져주는 분들이 늘어나더군요. 문득 저의 글은 정신없이 흥에 취해 써놓은 것이다 보니 제대로 된 플랫폼 하나 없이 중구난방 흩어져버렸단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무얼 했느냐는 물음에 똑 부러진 대답을 남길 수 없을 것 같아서 제대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결심했고, 그 당시 남자친구(지금은 남편이 되었네요)와 힘을 합쳐 출판사를 설립한 뒤 사비를 모두 털어 출간했습니다. 오로지 둘 만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애착이 많이 가는 저의 첫 책입니다. 비록 ‘읽으세요’라고 권할 만큼 자신은 없지만, 스스로는 흡족해하고 있습니다.

최근 작품의 이슈나 관심사가 있다면?
하나와 하나가 만나 온전히 둘이 되지 않는다는 것, 어떤 때에는 하나 보다 못할 때도 있으며 또 어떤 때에는 둘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기도 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요즘입니다. 최근 결혼을 했고, 양날의 검처럼 느껴지는 수많은 순간을 경험하며 관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사람에 관련된 글을 많이 찾아 읽고 있습니다. 조금 더 넓은 의미의 포용이 필요해졌지만 저는 아직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없는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아졌거든요. 그와 중에 집을 이사해서 알뜰하게 인테리어 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데에 맛 들려있는 상태기도 하고요.

잘 가 / <그 때, 그 해> 에필로그 이야기 수록
잘 가 / <그 때, 그 해> 에필로그 이야기 수록

마지막으로 <월간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해주세요.
음악으로 영감을 받고 읽을거리로 위안을 얻었던 “월간 윤종신”을 통해 저의 목소리가 전달된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글이 실릴 때쯤엔 다시금 독자로 돌아가 흥미롭게 읽고 있을 저이지만, 아주 잠깐 작가인양 굴어봤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을 남기는 사람 정도로 조용히 살아가겠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나를 보였다는 기억은 진하게 남을 것 같습니다.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