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세랑이 다정하게 불러내는 이름들에는 우리 삶의 조각들이 얽혀있다. 전작 『피프티 피플』을 지나 정세랑이 8년 만에 발표한 첫 번째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도 역시 그렇다. 정세랑은 이 소설집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묶어 ‘우리’를 믿지 않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연대해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그리하여 자극으로 허우적대는 시대에 침잠하지 않는 인물의 경쾌하고 밝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표제작 「옥상에서 만나요」는 회사에서의 성차별, 부조리한 노동에 시달리는 ‘나’가 회사 언니들의 ‘주술비급서’를 물려받은 후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을 이겨내는 이야기이다. 「웨딩드레스 44」에는 한 벌의 드레스를 빌려 입고 결혼을 맞이하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밖에도 일하는 여성을 이야기하는 「이혼 세일」, 가부장제 시스템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끊임없이 도망치려는 ‘효진’의 이야기를 풀어낸 「효진」, 언니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돌연사맵’을 만드는 이야기인 「보늬」를 비롯해 「영원히 77 사이즈」, 「알다시피, 은열」, 「이마와 모래」 등등 작가의 동시대적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넘실대는 작품들이 소설집에 실려있다.

정세랑은 지난 12월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현실에) ‘코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충격을 주느냐, 은은하게 스미느냐 하는 전략의 차이일 것이다. 심각한 이야기도 달콤한 사탕을 내밀 듯 부드럽게 하고 싶다. 어쩌면 더 음흉한 전략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때로 ‘나’를 둘러싼 것들이 한없이 미워질 때, 정세랑의 소설을 꺼내 읽어보았으면. 삶에 대한 유쾌한 시선, 따뜻한 위로가 천천히 스며들 것이다. (유정미)

『옥상에서 만나요』
지은이 정세랑
출간정보 창비 / 2018-11-30

조이스 캐롤 오츠는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여성 작가 중 한명이다. 1964년 등단 이후로 지금까지 40여 편의 장편소설과 수많은 단편 소설을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력을 자랑해왔고, 소설뿐만 아니라 시와 희곡까지 선보이며 다양한 문학적 재능으로 독자들과 만나왔다. 그동안 오 헨리 문학상(1967년, 1973년), 전미도서상(1970년), 브램 스토커상(1996년) 등을 수상하며 장르적 재미와 완성도, 그리고 대중성을 인정받았는데, 이제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까지 이름을 올리며 명실공히 문학성까지 갖춘 대가로 손꼽히고 있다. 그녀는 현재 프린스턴 대학교의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흉가』에는 여성으로서의 문제의식과 고딕 호러라는 장르적 요소가 도드라진 1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비밀을 간직한 어린아이, 낯선 남자에게 모델 제안을 받는 소녀,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미혼모, 매일 강간당하는 꿈에 시달리는 아내, 여성 간병인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데, 작가는 폭력과 부조리에 노출된 인물들을 냉철한 시선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비틀리고 굴절된 순간을 길어낸다. 헛간, 저택, 벌판 등 황량하고 음산한 배경 위에서 펼쳐지는 신비하고 기괴한 분위기가 흥미로우며 초자연적이면서도 결코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는 균형 감각이 압권이다. (김주성)

『흉가』
지은이 조이스 캐롤 오츠
옮긴이 김지현
출간정보 민음사 / 2018-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