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는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하고 창작 활동을 펼쳐 보이고 있는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터뷰집이다. 인터뷰 진행과 정리는 『젖과 알』이라는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는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가 맡았다. 두 사람은 2015년 7월 잡지 『MONKEY』의 청탁으로 대화를 나눴는데, 하루키는 그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는 결이 다른 질문을 던지는 미에코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인터뷰를 확장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자는 출판사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다. 이 책은 『MONKEY』에 실렸던 원고와 그 이후에 진행한 세 번의 인터뷰를 정리한 결과다. 두 사람은 가장 최근에 발간된 하루키의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를 가운데 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 책에서 하루키는 미에코가 준비한 정성스럽고 날카로운 질문에 모른다거나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을 자주 내놓는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미에코는 독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그게 정말이냐고 되묻거나 황당하다는 듯한 웃음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토록 모르는 게 많은 작가를 과연 믿어도 되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인터뷰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그것이 무지나 회피가 아닌 핵심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하루키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키는 소설 안에서 특정한 의미나 메시지를 추구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래야지만 글쓰기가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으며, 그렇게 무의식을 길어내야만 비로소 흥미로운 소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독자들 역시 자신의 이야기에서 어떤 의미를 분석하거나 해석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것을 강조한다. 국경을 초월한 수많은 사람이 하루키 월드에 매혹되는 건 어쩌면 모두가 어떻게든 찾으려 하는 그 ‘의미’가 비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김주성)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지은이 가와카미 미에코, 무라카미 하루키
출간정보 문학동네 / 2018-08-01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슴보르스카의 서펑집 『읽거나 말거나』가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1967년부터 그가 세상을 떠난 2002년까지 30년간 신문, 잡지에 연재된 문학 칼럼 137편을 모은 것으로 소설, 여행서, 에세이는 물론이고 자기계발서, 회고록, 식물도감, 학술서 등등 장르를 넘나드는 막대한 양의 서평을 담았다.

심보르스카는 이 책에서 “내가 구식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책을 읽는다는 건 인류가 고안해낸 가장 멋진 유희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보니 이 책에서의 쉼보르스카는 진솔하고 유쾌하고 따뜻한 ‘독서 애호가’이다. 폴란드의 대표 지성인이자 존경받는 문인으로서의 권위를 내려놓은 그는 이 책에서만큼은 독서를 몹시 사랑하는 아주 인간적인 개인일 뿐이다. 『읽거나 말거나』에서는 『춘향전』, 『삼국지』 같은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한 이야기에 대한 서평도 만나볼 수 있고, 에히리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나 릴케가 살로메에게 보낸 「편지」를 다룬 챕터, 로맹 가리의 『하늘의 뿌리』, 토마스 만의 「일기」에 대해 쓴 페이지도 친숙하게 읽어볼 수 있다. 한동안은 쉼보르스카의 문학 읽기를 따라 ‘남의 말을 마음껏 엿들을 수 있는 자유’를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 마음이 내킬 때 『읽거나 말거나』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보아도 즐거울 테니까. (유정미)

『읽거나 말거나』
지은이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옮긴이 최성은
출간정보 봄날의책 / 2018-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