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 홍당무>(2008), <비밀은 없다>(2015)를 통해 독특한 상상력,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 기발한 연출로 주목받은 영화감독 이경미가 에세이집 『잘돼가? 무엇이든』을 출간했다. 그동안 이경미 감독의 글을 만나 웃기도, 울기도 했던 사람에게는 더욱 반가운 책이다. 책에는 세밀하고 탄탄한,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영화감독의 일상과 고민, 솔직한 일기와 뜻밖의 비꼬기, 여성 감독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찰, 가족의 이야기, 사랑 등등 여러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떤 실패, 목표하던 것이 지연될 때의 조급함, 사랑에 실패했거나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미묘한 마음, 가족에 대한 설명하기 힘든 마음들… 감독의 회고와 일상을 곱씹다 보면 어떤 이의 일생을 담은 영화 한 편이 펼쳐진다. 유쾌한 휴먼 드라마인 것 같다가도 장르를 넘어서는 장면을 만날 때의 희열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경미는 ‘채널 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다 보니까 그림을 상상하면서 쓰는 버릇이 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듯이, 인물의 감정 속으로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눈물병」에서 ‘완연한 가을바람이 후드득’이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영화 속 인서트처럼 읽혔으면 했다. 내 버릇인 것 같다.” 무더운 여름밤, 너무 지쳐 스릴러도, 멜로도, SF나 느와르도 그 무엇도 이 권태로운 마음과 흘러내리는 땀을 식혀줄 수 없다고 생각할 때에 이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잘돼가? 무엇이든” 묻는 농담이, 그리고 안부가 여기에 있다. (유정미)

『잘돼가? 무엇이든』
지은이 이경미
출간정보 arte / 2018-07-19

정재승 박사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과학자 중 한 사람이다.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이자 한국과학기술원 학제학부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연구를 지속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과학 안내자’를 자처하며 대중에게 과학과 일상의 거리를 좁혀주는 저술 활동까지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2001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과학 콘서트』는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과학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여 큰 사랑을 받았는데, 십수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과학을 주제로 한 교양서 중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중이다.

이번에 출간된 『열두 발자국』은 정재승 박사의 17년 만의 단독 저서이다. 저자가 지난 10년간 진행한 강연 중 가장 열띤 호응을 받았던 강연을 선별하여 다시 집필했다. 저자는 지금까지 20가지 주제로 1000회 이상의 뇌과학 강연을 진행했다고 하니, 강연의 정수 중에서도 정수만 모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뇌과학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2부에서는 뇌과학과 앞으로 도래할 미래에 대한 상상을 그려낸다. 매 챕터마다 쉽고 친절한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과학 지식이 삶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는 진귀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김주성)

『열두 발자국』
지은이 정재승
출간정보 어크로스 / 2018-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