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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스피드』는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Auto」로 등단한 소설가 김봉곤의 첫 소설집이다. 발표될 때마다 신선하고 특별한 성취로 논의되며 화제를 모았던 중단편 소설 6편이 담겼다. 김봉곤은 최근 활발히 활동 중인 일군의 젊은 작가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한 사람이다. 그가 선보이는 감각적인 문체와 질주하는 서사는 이제까지 우리가 읽었던 한국 소설과 궤를 달리한다. 숨김없이 보여주고 거침없이 달려간다. 넘쳐흐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넘어질 것을 예상하지 않는다. 혹자에게는 ‘파격’으로 혹자에게는 ‘자유’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그는 한국 문단에서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한 첫 번째 소설가이기도 하다.

『여름, 스피드』는 각기 다른 소설을 모은 소설집이지만 한 편 한 편이 느슨하게 맞물린 연작 소설집 같기도 하다. 작가의 분신처럼 보이는 화자 ‘나’와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소설집 전체를 내밀하게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일제히 사랑을 동력 삼아 말하고 생각하고 쓴다. 사랑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것처럼 사랑으로 말미암아 웃고 울고 살아간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토록 다채롭고 변화무쌍하다는 것을 생생하고 절실하게 이야기한다. 작가는 후기에서 이렇게 쓴다. “소설은 여름을 닮았고, 여름은 소설을 닮았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 나에겐 아직 더 많은 사랑이 남아 있다. 그리고 아직 우리의 사랑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김주성)

『여름, 스피드』
지은이 김봉곤
출간정보 문학동네 /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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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의 신작 산문집이다.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를 펴낸 지 5년 만이다. 이 책에는 2013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기록한 한국의 정치사, 문화사를 담았다. 지난 5년간 우리 사회가 바쁘고 숨 가쁘게 격동해온 만큼, 그가 내민 단단한 목소리가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다. 제목에는 ‘사소한’이라는 형용사가 붙어있지만, 이 책은 많은 가치를 잃어 온 우리 사회에 더없이 중요하고 필요한 부탁들이 가득 차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문학과 예술, 정치와 사회를 넘나드는 작가의 깊은 사유와 고요하고 잔잔한, 예리한 문체가 인상적이다.

이 책은 다섯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예술가의 취업, 언어의 진실, 문단 내 성추행과 등단 비리 등등을 주제로 5년간 한국 사회를 면밀히 성찰한 것은 물론 책 후반부에는 영화 <곡성>과 <컨택트>에 관한 비평을 비롯해 김혜순, 천양희, 서정주, 장석남 등의 시와 조선희, 김가경 소설에 관한 평론을 함께 묶어 냈다. 황현산의 기욤 아폴리네르, 랭보, 말라르메, 보들레르 번역과 연구, 시화집 『우물에서 하늘 보기』를 인상 깊게 읽은 독자에게는 더욱 반가운 일이다.

황현산은 책의 서문을 대신한 글에 이렇게 썼다. “나는 이 세상에서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물어왔다. 특히 먼 나라의 문학일 뿐인 프랑스 문학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늘 고뇌해왔다. 내가 나름대로 어떤 슬기를 얻게 되었다면 이 질문과 고뇌의 덕택일 것이다.” (유정미)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지은이 황현산
출간정보 난다 / 201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