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합격, 계급』은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제주 4.3 평화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등 굵직한 장편소설 공모전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문학계의 스타로 발돋움한 소설가 장강명의 르포다. 저자는 한국 사회 안에서 작가가 되는 ‘등단’ 방식이 다수가 선망하는 명문대나 대기업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치러지는 ’공채’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지적하며, ‘문단’이라는 난공불락의 성을 만들고 유지해나가는 현재 한국 문학과 출판계의 작동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규모 공모 및 시험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은 문학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서열구조와 관료주의를 불러왔고, 결국 한국 사회를 철저한 계급 사회로 고착화하는 데 크나큰 공을 세웠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당선, 합격, 계급』이 특별한 건 모두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지만, 무엇이 어떻게 왜 잘못되었는지는 쉽사리 말하지 못하는 한국 문학계의 계급 시스템에 대한 공론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제껏 이러한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부분이 인정 투쟁이나 흠집 내기로 여겨지며 휘발되기 일쑤였기에, 이번처럼 상대적으로 훨씬 더 유명하고 주목도가 높은 스타 작가의 목소리는 더욱더 뜻깊고 값지다. 저자는 문학공모전의 기원과 매커니즘, 그리고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살피기 위해 출판사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 인터뷰하고, 작가 지망생 및 독자 1000여 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벌이며, 자신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어느 공모전의 심사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중계한다. (김주성)

『당선, 합격, 계급』
지은이 장강명
출간정보 민음사 / 2018-05-04

체코슬로바키아 철학자 빌렘 플루서의 『몸짓들: 현상학 시론(Gesten: Versuch einer Phanomenologie)』(1991/1993)이 번역되었다. 이 책은 살아있는 우리의 움직임인 ‘몸짓’을 해석하는 책으로, 플루서가 상파울루와 엑상프로방스에서 했던 강연과 강의 원고를 묶어 펴냈다. 플루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몸짓’이 인과관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며, 직관 너머의 것이기 때문에 ‘몸짓’을 해석해야 하는 것으로 봤는데, 이를 위해 ‘몸짓’이라는 현상이 갖는 의미를 열여섯 개 카테고리로 나누어 분석했다.

글쓰기, 말하기, 만들기, 사랑, 파괴, 그리기, 사진 촬영과 영화 촬영, 식물 재배, 면도, 음악을 듣는 것, 전화 통화 등등 플루서가 제시한 열여섯 가지 몸짓들은 인간 특유의 것이자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를 나타내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순서나 조건 없이 나열되어있는 것 같지만, 플루서가 보기에 모든 몸짓은 문제를 제기하며 그 자체로 우리 자신임을 깨닫게 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미적인 질문, 악에 대한 질문, 생태론에 대한 질문을 몸짓이 이끌어내고, 결국 내가 속한 세계와 자유, 나를 만드는 것과 내 결정의 근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역시 몸짓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몸짓을 해석하려는 시도는 변화 앞에서 인간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가에 대한 시대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플루서가 질문을 던진 지 30년이 훌쩍 지났다. 그는 이 책에서 “몸짓은 우리의 능동적인 세계-내-존재의 구체적인 현상의 문제, 자유의 문제… 그리고 혁명은 언제나 결국 자유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몸짓은 변화하고 있고, 몸짓을 만드는 세계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부조리의 세계에서, 지금 우리의 몸짓은 어떤 질문을 남길 수 있을까. (유정미)

『몸짓들』
지은이 빌렘 플루서
옮긴이 안규철
출간정보 워크룸프레스 / 2018-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