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일 때는 몇천 원이 아까워 로또를 사볼 생각도 없었고, 사회생활 막 시작했던 사회초년생일 때에도 로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처음부터 불가능 한 일이라고 생각해 온 내가 참 아이러니하게도 로또 당첨 꿈을 3년 전부터 키워오고 있다…(하하…) 결혼 후 남편과 함께 갚아나가야 하는 현실적인 일들이 생기면서 매주! 로또를 사고 있고, 로또 산 날부터 매일 밤 당첨된 금액으로 어디에 쓸지 상상하면서 잠드는 것이 나의 또 다른 낙이 되어버렸다. “안 되겠지” 라는 생각보다는 “혹시나?” “설마” 하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한 주를 나름 기분 좋게 버틸 수 있기도 한 것 같다.

나의 즐거운 상상을 투영해서 재밌게 읽은 프랑스 그래픽 노블 『로또 맞은 여대생』 은 여자 주인공인 대학생 ‘마틸드’가 어느 날 갑자기 로또에 당첨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여러 에피소드로 그려낸 책이다. 이야기가 복잡하지 않고 그림까지 있어 아주 술술 읽힌다.

주인공 마틸드는 ‘이폴리트 오프만’이라는 모르는 남자가 로또 번호를 찍어달라고 해 성의 없이 로또 번호 세 개 1, 2, 3이라는 번호를 말해준다. 그리고 이 남자가 로또에 당첨되면 마틸드에게 당첨금의 절반을 주겠다고 마틸드의 연락처를 물어봤지만, 마틸드는 흔한 수작 부리는 남자 중 하나로 생각하고 무시한다. 남자는 끝까지 연락하라며 본인의 명함을 주며 사라진다. 마틸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그 로또는 무려 6천만 유로(한화 약 780억)에 당첨되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남자는 마틸드에게 절반인 3천만 유로(약 390억)를 배분해준다. 하루아침 부자가 된 마틸드는(이 부분… 진심 부러웠다.) 본인의 로또 당첨 소식을 가까운 지인들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으며 순식간에 생긴 큰돈에 대해 당황해하고 불안해한다. 이후 마틸드를 중심으로 공무원이며 좌파인 아버지, 고등학교 교사 어머니, 동성애자인 오빠, 오빠의 연인 그리고 마틸드의 대학 친구들이 등장하면서 로또 당첨 이후 마틸드의 생활과 여러 에피소드 그리고 마틸드에게 당첨금을 나눠 준 남자 ‘이폴리트 오프만’ 가족 이야기가 함께 진행된다.

로또 당첨금을 모르는 사람에게 나눠준다는 이야기 설정은 현실성이 거의 없지만 이후 로또 당첨으로 인해서 마틸드가 겪는 감정이나 생각들 그리고 여러 등장인물과 함께 생기는 에피소드들은 공감하면서 읽어볼 만한 것 같다. 그리고 참여한 만화가들이 여럿이라(『로또 맞은 여대생』은 16명의 만화가가 참여) 각각 에피소드별로 그림체가 달라 한편의 시트콤처럼 같은 책의 같은 주인공 등장인물들을 다른 분위기, 다른 느낌으로 읽어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그래픽 노블은 원래 프랑스에서는 만화가이자 스토리 작가인 ‘토마 카덴’이 짧은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여러 만화가들이 각 에피소드를 하나씩 맡아 인터넷 웹사이트 www.lesautresgens.com에서 2010년부터 <타인들의 드라마>(Les Autres Gens)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총 참여한 만화가들은 1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인터넷에 연재한 만화를 시리즈로 묶어 프랑스에서는 총 11권이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는 <타인들의 드라마> 시리즈로 『로또 맞은 여대생』(시리즈 1), 『수상한 친구들』(시리즈 2), 『들통날 거짓말』(시리즈 3), 『삶이 좀 엉켰어』(시리즈 4) 4권만 번역되었다.

한국에서는 이후 번역된 시리즈가 이어서 나오지 않아 마틸드의 사정이 너무너무 궁금했고, 기다리다 참지 못해 그리고 원서로도 읽고 싶어서 파리 여행 갔을 때 11권 몽땅 사 왔다! 한국에서도 나머지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 좋겠다.

<타인들의 드라마> 시리즈
지은이 토마 카덴 외
옮긴이 김희진
출판사 미메시스
출간일 2013-02-27
<타인들의 드라마>는 프랑스의 만화가이자 스토리 작가 토마 카덴이 2010년 3월 자체 제작한 인터넷 웹사이트 www.lesautresgens.com에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를 연재하면서 시작됐다. 총 198개의 에피소드를 그린 작가는 100여 명이 훌쩍 넘는데, 수많은 작가들의 개성 뚜렷한 그림과 완성도 높은 이야기가 호평 받으면서 이들의 프로젝트는 재빠르게 독자들에게 알려졌다.
우연히 만난 남자 때문에 3천만 유로(약 400억)을 받게 돼 갑자기 부자가 된 마틸드의 이야기, 그 안에서 느끼는 인간에 대한 감정들, 시기와 질투, 미움, 사랑, 증오와 동경등이  이 드라마의 사건들 곳곳에 숨어 있으며, 때로는 풍자로, 때로는 유머로 온갖 군상을 조명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렇게 마틸드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그들의 또 다른 가족과 친구들의 캐릭터를 보면서 주변의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고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만화 평론가들은 TV 드라마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만화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반겼고, 독자들은 인터넷 정기 구독을 통하여 토마 카덴과 동행하며 매일매일 발전하는 그의 이야기를 즐겼다. 한국에서는 출판사 미메시스를 통해 “타인들의 드라마” 시리즈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각 권에 제목을 붙인 『로또 맞은 여대생』(시리즈 1), 『수상한 친구들』(시리즈 2), 『들통날 거짓말』(시리즈 3), 『삶이 좀 엉켰어』(시리즈 4) 총 네 권이 번역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