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없는 말』은 2015년 미국에서 출간된 필립 글래스Philip Glass(1937∼ )의 자서전 “Words without Music”을 번역한 책으로, 그의 음악 세계가 통과해 온 여러 결합과 시도는 물론 치열한 삶의 궤적을 그려낸 자화상이자 회고록이기도 하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이자,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필립 글래스는 전위적인 오페라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해변의 아인슈타인>, <미녀와 야수>를 비롯해 <사티아그라하>, <아그나톤>을 차례로 발표해 성공을 거뒀다. 영화 <쿤둔>, <디 아워스>, <일루셔니스트> 등의 음악을 만들었으며, 스스로를 ‘고전주의자’라고 부르는 만큼 서양 고전 음악의 화성악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물론 인도 음악을 비롯한 비서구 음악을 접목해 다채로운 스타일을 확립했다. 당대 누벨바그 영화, 실험 연극계와도 깊은 인연을 맺으며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을 계속해나갔다. 그의 음악 세계는 ‘미니멀리즘 음악’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핵심적인 리듬과 선율이 반복되는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음악으로, 글래스는 이 책에서 “내 음악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그저 시종 반복되기만 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결코 그렇지가 않다. 내 음악을 들어줄 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변화”라고 썼다.

이 책에는 그가 음악 세계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접했던 음악, 교류한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 이외에도 예술적 삶과 생계에 대한 고민과 철학이 함께 녹아있다. 먹고 살기 위해 철강 공장, 이삿짐센터 등에서 일하고 배관공, 택시 운전사로도 일한 그는 노동과 음악 작업, 예술을 별개로 분리하지 않고 생활로 여겼다. 그는 이런 상황을 난처한 것이나 결여라고 여기지 않고 외려 현실적인 태도로 낙천적으로 받아들였다.

필립 글래스와 <스토커>의 영화음악을 함께 작업한 박찬욱 감독은 “필립 글래스는 우리 시대의 모차르트다. 그의 세계는 늘 비슷한 듯 다르고, 계속 반복하면서 끝없이 발전하는, 중독과 최면의 메커니즘에 의해 저절로 증식하는 거대한 숲이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유정미)

『음악 없는 말』
지은이 필립 글래스
옮긴이 이석호
출간정보 프란츠 / 2017-09-27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과 문화를 공유하는 시대적 흐름을 눈여겨본 작은 출판사 세 곳(위고, 제철소, 그리고 코난북스)이 의기투합해 ‘아무튼’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각양각색의 필자들이 자신의 삶에 동력이 되어주는 한 가지 주제를 선택하고 그에 대해 자유롭게, 그리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150쪽 정도의 분량에 문고판으로 제작되어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이번에 1차로 발간된 책은 아무튼, 피트니스, 아무튼, 서재,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아무튼, 쇼핑, 그리고 아무튼, 망원동까지 총 5권. 아무튼, 피트니스는 살기 위해 PT를 시작하면서 삶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인권운동가 류은숙의 이야기이고, 아무튼, 서재는 서재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사유, 그리고 신념을 정리한 목수 김윤관의 이야기이며, 아무튼, 게스트하우스는 여행 중 머무르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위로받는다는 약사 장성민의 이야기이다. 아무튼, 쇼핑은 세심하고 까다로운 취향을 앞세어 인터넷 쇼핑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조성민의 이야기이고, 아무튼, 망원동은 ‘망원동’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우리 사회의 단면을 포착한 작가 김민섭의 이야기이다.

앞으로도 그릇, 서핑, 소주, 스웨터, 예능, 잡지, 편의점, 호수 공원 등에 매료된 개성 있는 필자들이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김주성)

『아무튼 시리즈』
출간정보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 2017-09-25